2018년 11월과 12월에 사고 읽은 책

2019. 1. 1.

화요일

 

‘올해가 가기 전에는 꼭 한 번 정리를 해야지’, 마음 먹었던 것이 어느새 작년이 되어버렸다.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일을 하면서도 책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이런 저런 책들을 사들였다. 그 정신 없는 와중에도 꽤 여러 권을 읽고 몇 가지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는데 온전하지는 않다. 사실 언제 무슨 책을 샀는지 기록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때때로 회의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록해두면 기억할 수 있으니까. 새해에도 이런 포맷으로 여기에 기록을 이어갈지는 모르겠으나, 밀릴 지언정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기록한 그달의 독서에 대한 기록을 이제와서 그만두고 싶지는 않아서 순전한 오기로 기록을 한다. 이미 그 사이 읽은 책들은 망각의 강을 건너가버렸다. 물론 기억을 되짚으면 그중 몇 개는 복원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이 기록은 2018년의 마지막 두 달 동안 어떤 책들을 사들였는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싶다. 그걸 적어나가다보면, 뭔가 떠오르는 게 있을 지도 모르니까.

 

다 읽은 책 (기억나는 대로)

  1. 로저먼드 영, <소의 비밀스러운 삶>
  2. 정지혜,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3. 앤 카슨, <남편의 아름다움>
  4. 박준,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5. 야누슈 코르착,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
  6. 헬렌 한프, <채링크로스 84번지>
  7. 도널드 E. 밀러, <무기가 되는 스토리>
  8. 헤르만 지몬, <프라이싱>
  9. 대실 해밋, <몰타의 매>
  10. 기타무라 가오루, <술이 있으면 어디든 좋아>
  11. 윤정용, <제가 좀 숫자에 약해서>
  12. 마이클 본드, <사랑스러운 패딩턴>

 

산 책

  1. 김금희,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2.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3. 요나, <재료의 산책>
  4. 일본하우스클리닝협회, <청소해부도감>
  5. 앤 카슨, <남편의 아름다움>
  6. Anne Carson, The Beauty of the Husband
  7. Anne Carson, Autobiography of Red 
  8. 마이클 본드, <사랑스러운 패딩턴>
  9. 에릭 오르세나, <두 해 여름>
  10. 정은숙, <편집자 분투기>
  11. 정지혜,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12. 박신영, <한 장 보고서의 정석>
  13. 페르난두 페소아, <배반의 서>
  14. 심윤경, <나의 아름다운 정원>
  15. 코르네이 추콥스키, <두 살에서 다섯 살까지>
  16. 이로, <어떤 돈까스 가게에 갔는데 말이죠>
  17. 이현주,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서점>
  18. 로저먼드 영, <소의 비밀스러운 삶>
  19. 이은지, <코숭이 무술>
  20. 서수영, <하필 그날이 오늘>
  21. 박지연, <초코 가루를 사러 가는 길에>
  22. 김지안, <감귤 기차>
  23. 요시타케 신스케, <오줌이 찔끔>
  24. 다니엘 페나크, <소설처럼>
  25. 오은, <왼손은 마음이 아파>
  26. 임승유, <그 밖의 어떤 것>
  27. 제임스 설터, <소설을 쓰고 싶다면>
  28. 라이더 캐롤, <불렛 저널>
  29. 오은, <나는 이름이 있었다>
  30. 헤르타 뮐러, <숨그네>
  31. 야누슈 코르착, <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   //11월
  32. 지승호, <마음을 움직이는 인터뷰 특강>
  33. 제현주, <일하는 마음>
  34. 김민섭, <훈의 시대>
  35. Axt 2018년 11/12월 호
  36. 이문영, <웅크린 말들>
  37. 최민영, <아무튼 발레>
  38. 박준,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39.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40. 마이클 본드, <패딩턴은 못 말려>
  41. 마이클 본드, <패딩턴의 여행> //12월

 

  • 1-4: 광화문 교보문고(10/30)
  • 5: 스틸북스(11/2)
  • 6-7: Book Depository(11/8)
  • 8: 쿠팡(11/10)
  • 9-11: 스틸북스(11/14)
  • 12:북파크(11/14)
  • 13-14: 스틸북스(11/16)
  • 15: 쿠팡(11/16)
  • 16-18: 스틸북스(11/20)
  • 19-23: 영풍문고 종각점(11/24)
  • 24-29: 광화문 교보문고(11/24)
  • 30-31: 쿠팡 도서(11/26)
  • 32-34: 광화문 교보문고(12/4)
  • 35: 스틸북스(12/5)
  • 36-37: 스틸북스(12/12)
  • 38-39: 영풍문고 여의도점(12/25)
  • 40-41: 쿠팡 도서(12/25)

 

2018년에도 참 많은 책들을 사들였다. 대부분은 끝까지 읽지 못했다. 절반쯤 읽다 잊혀진 책도, 몇 페이지만 들춰보고 만 책들도 많다. 늘 내년에는 꼭 읽을 책만 사자고 다짐하지만 어차피 지키지 못할 결심이라는 걸 안다. 그럴 바에야 더 열심히 읽는 것이 낫다. 굴곡 많은 한 해를 지나면서도 좋은 책이 있어, 서점이 있어, 마음을 나눌 사람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다. 내년에도 많이 읽고, 더 많이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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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번째: 분주함의 소용돌이

2018. 12. 17.

월요일

 

새로운 공간의 런칭을 앞두고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일을 한다는 사실에 마냥 들뜨고 감사하던 시기를 떠나보내고, 흐르는 시간에 몸을 맡긴 채 흐늘흐늘 떠내려가고 있는 요즘. 몸과 마음에 쌓이는 피로를 무시한 채 몰아붙인 대가는 죄없는 남편이 치렀다. 일주일에 이틀, 그나마도 약속이 있으면 몇 시간도 볼까 말까 한 귀한 시간인데 마지막의 마지막에 토라져서는 성질을 낸 것이 영 마음에 걸려 오늘 하루 내내 마음의 체증에 시달렸다.

나의 서른 한 살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여전히 나는 모나고 울퉁불퉁한 것 투성이구나. 필요한 것을 모두 손 닿는 거리에 두고도 가지지 못한 것에 한눈을 파느라 손안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마는 어리석음도 여전하다. 타인에게 관대한 만큼 나와 내 가족들에게도 너그럽고 다정해지기를. 눈코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어김없이 스쳐지나가는 작고 빛나는 순간들을 놓치지 않기를. 올해를 떠나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다짐해본다. 이토록 모자람 없는 이들이 곁을 지켜준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맙고 기꺼운 일인지를 마음에 새기며.

3월의 독서 (1/2)

2018. 3. 20.

화요일

 

3월도 절반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처음으로 기록하는 3월의 독서. 지난 3주를 돌아보면 정신적으로는 나태하게, 신체적으로는 성실하게 보냈다. 읽는 것은 근근히 읽었지만 거의 아무 것도 쓰지 않았다. 쓰지 않으니 별로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은 했으나 전부 다 쓸려가버렸다고 하는 게 맞겠다. 결국 그 정도의 생각이었을 뿐이다. 첫날부터 불안하게 시작한 3월은 기대보다는 안정감 있게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생활의 한 켠에 어둠이 고개를 푹 수구리고 있는 듯하다. 가만히 있으면 마음이 자꾸 그쪽으로 흘러들어가, 자꾸만 아래로 아래로 침잠하게 된다. 가끔은 그렇게 내 안의 어둠에 푹 잠기는 것을 즐기던 시절도 있었지만, 매일 영위해야 할 생활이, 돌봐야 할 사람들이, 공간이 있는 지금은 지나친 사치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자꾸만 스스로를 끌고 내려가려는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몸을 많이 움직였다. 작년 11월부터 새로 시작한 발레는 3월 들어 새삼스레 내 마음을 온통 사로잡았다. 한창 바쁘고 아팠던 1-2월에 자주 못 간 것이 아쉬워, 주 3회도 겨우 가던 것을 주 4회로 늘렸다. 더디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마 지금처럼 평생 한다고 해도 어린 시절부터 하루의 대부분을 발레에 투자해온 무용수들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이나 성장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이 나를 설레게 한다. 그동안 해오던 운동들이 건강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었다면, 발레는 그들과는 다르다.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할지, 아니면 오히려 무목적적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특별하다. 지금 같은 시기에 발레가 없었다면 나는 아마 한동안 깊은 어둠 속에서 홀로 견뎌야 했을 것이다. 마음 둘 곳이 있다는 것에 한없이 감사하게 된다.

발레에 시간을 쓰는 만큼, 책에 쓰는 시간은 줄었다. 서점에도 많이 가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읽고 싶은 책들은 야금야금 늘어나서, 연초에 싹 비웠던 장바구니에는 어느새 80권이 들어가 있다. 이제는 스스로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삶을 추동하는 것은 거창하고 원대한 목적이 아니라, 읽고 싶은 책, 먹고 싶은 음식,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사람 같은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이 아닐까. 그렇게 믿는다.

 

다 읽은 책

  1. 셰릴 샌드버그, 애덤 그랜트, <옵션 B>
    • 읽는 동안 많이 울었다. 그리고 많이 배웠다. 샌드버그 같은 사람에게도 피할 수 없는 아픔은 찾아온다. 누구에게나 살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고통이 있고 상처가 있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 또한 지니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 힘을 ‘회복탄력성’이라 정의하고, 어떻게 하면 그것을 기를 수 있는지에 대해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진솔하고 담담하게 적어내려간다. 특히 나에게 인상깊었던 부분은 4장 “회복탄력성을 갖춘 아이로 키우기”였다. 직업 특성상 평소에도 아이들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어떻게 주어야 할지, 그러려면 나는 어떤 어른이어야 하는지. 그런 면에서도 생각할 거리를 잔뜩 던져주었다.
    • 우리에게는 모든 아이가, 특히 매우 비극적인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안전과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도록 도와줄 책임이 있다. 이런 문제에는 일찍부터 전반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회복탄력성을 쌓는 기반은 아동에게 주어지는 기회, 그리고 아동이 부모·양육자·교사·친구와 맺는 관계다. 우선 아동이 다음 네 가지 핵심 신념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첫째, 자신의 삶에 대해 통제감을 갖는다. 둘째, 실패에서 배울 수 있다. 셋째, 자신은 인간 존재로서 중요하다. 넷째, 자신에게는 의존하고 공유할 수 있는 진정한 강점이 있다.

    • 회복탄력성을 갖춘 아동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자기 삶에 대해 강한 통제감을 느꼈다. 그들은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신이라 생각했고, 부정적 사건을 위협이 아닌 도전으로, 심지어 기회로 삼았다. 위기 상황에 처하지 않은 아동도 마찬가지다. 회복탄력성이 있는 아동은 대개 자기 삶을 형성할 힘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아동을 양육하는 사람들은 명쾌하고 일관성 있는 기대를 전달해서 아동의 통제감을 증진시킨다.

    • 아이들에게 회복탄력성을 심어주는 두 번째 신념은 실패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은 아이들이 고착형 사고방식이 아니라 성장형 사고방식을 지닐 때 역경에 더욱 잘 대처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고착형 사고방식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다. “나는 수학에 재주가 있지만 연기에는 소질이 없어.” 성장형 사고방식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은 학습하고 개발할 수 있다. 이런 사고방식을 소유한 아이들은 보다 나아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나는 타고난 배우가 아닐 수도 있지만 충분히 많이 연습하면 무대에서 빛날 수 있어.”

    • 똑똑하다는 칭찬을 들은 학생들은 자신의 지능이 정해진 속성이라고 생각해서 나중에 치른 시험에서는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똑똑한” 아이들은 시험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자 자신에게는 그 문제를 풀 능력이 없다고 생각해서 좀 더 어려운 문제를 풀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포기했다. 하지만 시도하는 노력이 값지다는 칭찬을 들은 아이들은 어려운 시험을 볼 때도 더욱 열심히 문제를 풀어서 시험을 끝마쳤다.

    • 아이들이 성장형 사고방식을 키울 수 있게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널리 퍼져 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는 않고 있다. 아는 것과 실제로 행동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이런 개념을 이해하는 부모와 교사가 많기는 하지만 항상 성공적으로 적용하지는 못한다. 나도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만 이따금씩 실패한다. 딸이 시험을 잘 보면 “네가 최선을 다해 기쁘단다”라고 말하지 않고 여전히 “잘했어!”라고 불쑥 말한다

    • 부모가 실패를 피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 아니라 배울 수 있는 기회로 다룰 때, 아이들은 도전을 더욱 기꺼이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 아이들의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미치는 세 번째 신념은 ‘존재감’으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염려해주고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안다는 뜻이다. 많은 부모가 대화하면서 자녀의 존재감을 자연스럽게 내보인다. 자녀의 말을 귀담아듣고, 자녀의 아이디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는 모습을 보이고, 자녀가 다른 사람과 강하고 안전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다.

    • 어른은 아이들에게 그들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 회복탄력성을 갖춘 아이들이 품고 있는 네 번째 신념은 스스로에게 기댈 수 있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강점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실패를 학습 기회로 생각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 안전하게 실수를 거론할 수 있는 경우, 실수를 보고할 가능성은 커지는 반면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은 작아진다.

  2. 어슐러 르 귄, <어스시의 마법사> *전자책
    • 오래 전부터 읽고 싶다 생각만 했던 책인데, 마침 리디북스에서 할인 행사를 한 김에 구매했다.  책 안에는 격랑과 풍우가 난무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잔잔하게 흐르는 편이라 자기 전에 조금씩 읽었다. 세계관 내에서 “말”이 가진 힘이 무척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게드라는 훗날 전설적인 서사시의 영웅이 되는 주인공이 스스로의 미숙함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과정도 인상적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은 없으나 더디게라도 계속 읽게 하는 힘이 있다. 그렇게 느린 속도로 2권도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다.

 

읽고 있는 책

  1. 엘리자베스 길버트, <빅 매직>
    • 창의성에 대한 신화에 정면으로 대적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신화적인 찬사를 보내는 책. 매력 있다. 오랜만에 책에 밑줄을 그으며 읽어가는 중. 자세한 이야기는 다 읽고 난 뒤에.
  2. 장 그르니에, <섬>

 

산 책

  1. 장 그르니에, <섬>
    • 김남주의 <나의 프랑스식 서재>를 읽다가, ‘그르니에를 읽어봐야지,’ 결심한 것도 벌써 1년 전. 그동안 장바구니에만 넣어 놓고 외면하던 이 책을 친구를 기다리다 잠깐 들른 종로 영풍문고에서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집어 들고, 맨 처음에 실린 카뮈의 추천사를 읽다가 오랜만에 문자에서 전율을 느꼈다. 조금씩 아껴 읽는 중이다.

*1: 영풍문고 종로점 (3/12)

2월의 독서 (2/2)

2018. 3. 7.

수요일

 

독서 기록을 남기지 않은지 한참 되었다. 좋은 습관을 들이기는 어렵지만, 잃어버리는 건 한 순간이다. 정신없이 바빴던 2월을 지나면서 일을 핑계로 연초에 들인 좋은 습관들을 스르르 놓쳐버렸다. 결국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잡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누군가가 절대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크고 작은 굴곡들이 있었으나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그동안도 꾸준히 읽었다. 꾸준히 사기도 샀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남은 것은 행동으로 옮기는 것뿐.

벌써 3월이 시작한 지도 한참이기에, 그동안 읽은 것들을 더 늦기 전에 간단히 기록해둔다.

 

다 읽은 책

  1. 사노 요코, <사는게 뭐라고>
    • 책 ‘사는’ 게 취미인 엄마가 어느샌가 사두셔서 한참 친정집 책꽂이에 꽂혀만 있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우리집 거실에 가져온 뒤에도 한참을 얌전히 기다리고만 있던 이 책을 자기 전에 야금야금 읽었다. 조금 이상한 할머니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이야기인데 이다지도 위로가 되는 것은 왜일까. 뜨악할 정도로 솔직하게 써내려갔다는 점? 이토록 스스로의 바닥을 낱낱이 헤집어가며 쓴 글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을까. 나 자신에게조차 솔직해지는 것이 어려운 나에게는, 그녀의 글이 한 줄기 구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녀의 다른 에세이들도 읽어보고 싶다.
  2. 마거릿 애트우드, <시녀 이야기>
    • <릿터>에서 마거릿 애트우드의 특집을 읽고 궁금해져서 사둔 뒤로 역시 한참을 묵혀두었다가 지지난 주말에 마음을 잡고 단숨에 읽었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뒤에 많은 여성들이 이 책에 묘사된 ‘시녀’들의 복장을 입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는데, 읽고 나니 묘하게 납득이 되었다. 읽는 내내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은 그녀가 30년도 전에 그려낸 디스토피아, 지금 쯤이면 이미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과거’가 여전히 진행중이기 때문에.
  3. 이수련, <잃어버리지 못하는 아이들>
    • 막 다 읽고 난 뒤의 감동을 고스란히 기억해두고 싶어 침대맡에서 간단히 적어두었다. 일과 관련해서 좋은 통찰을 얻은 책들을 따로 모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상 깊은 구절들을 북마크 해두고 지금도 틈틈이 들여다본다.

 

읽고 있는 책

  1.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2. 애덤 그랜트, 셰릴 샌드버그, <옵션 B>
  3. Kelly Barnhill, The Girl Who Drank the Moon 
  4. 김솔, <보편적 정신>
    • 호기롭게 도전했으나 첫 번째 시도는 실패다. 익숙지 않은 실험적인 소설. 언젠가는 다시 펼쳐볼 날이 있겠지.

 

산 책

  1. 데보라 잭슨, <인류는 어떻게 아이를 키웠을까>
  2. 김희경, <이상한 정상 가족>
  3. 이정모,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4. 한강, <소년이 온다>
  5. 김수영, 이영준 엮음, <김수영 전집> 1, 2

*1: 알라딘 중고서적(2/11), 2~4: 광화문 교보문고(2/24), 5: 인터넷 교보문고(3/2)

이수련, 잃어버리지 못하는 아이들, 2017

2018. 2. 27.

읽기 시작한지는 오래되었는데, 일에 대한 고민으로 잠못이루는 밤에 뒤척이며 다 읽었다.

처음부터도 좋았지만, 특히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지금 내가 하는 일과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을 많이 발견했다. 아이들이 많이 오면서부터 어느샌가 소홀해진 나 자신에 대한 반성도 했다.

‘아이들의 삶을 증언해줄 사람’으로서의 어른. 이 이야기가 얼마 전 읽은 최진영의 <당신 곁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과 겹쳐지면서 울컥했다.

모든 아이들을 다 품을 수는 없어, 그건 내 역할이 아니야, 하면서 눈을 질끈 감아온 순간이 아프게 다가온다. 모두가 제자리에서 제몫을 하며 사는 사회에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나부터.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이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늘 고민하고 있지만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이 책이 나에게 일말의 실마리는 준 것 같아 감사하다.

전자책으로 읽었지만 종이책으로도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모든 어른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제 한몸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이지만, 그래도 어른으로서 어떻게 아이들을 대해야 하는지 한 번쯤은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오래 곁에 두고 들춰봐야 할 책. 아이를 키우고 있거나, 아이들을 만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읽어보기를.

2월의 독서 (1/2)

2018. 2. 11.

일요일

 

하나를 진득허니 읽지 못하고, 매일 이것저것 조금씩 들춰보고 있어서 독서에 대해 기록할 만한 것이 마땅치 않다. 게다가 지난 한 주에는 이것저것 신경쓸 일들이 몰려 있어 숨돌릴 틈 없이 바삐 지나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마음이 붕 떠버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된다. 발붙일 곳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그런 와중에 읽기는 일종의 정박지가 되어준다.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혹은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지, 스쳐지나가는 질문들에 대한 답은 내가 읽은 책, 그리고 내가 산 책(=읽고 싶어하는 책)안에 담겨 있다. 마음 붙일 곳 없던 지난 두 주 간, 작은 항구가 되어준 읽기의 기록.

 

다 읽은 책

  1. 레일라 슬리마니, <달콤한 노래>
    • 여기에 대해서는 따로 기록할 예정이다.
  2. 레이먼드 챈들러, <빅슬립> *전자책
    • 순전히 무라카미 하루키 때문에 읽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는 아니지만 읽어보니 왜 말로가 일종의 전범이 되었는지 알겠다. 원전을 읽어보지 않아 얼마나 정확한 번역인지는 모르겠으나, 직역을 했음직한 낯선 비유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하루키는 그 건조하지만 결코 지루하지는 않은 문체에 매료된 것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진도가 술술 나가는 편은 아니라, 자기 전에 침대 맡에서 야금야금 읽었다.
  3. 데이비드 스몰, 사라 스튜어트, <도서관>
    • 아름다운 그림책. 몇 번이고 되돌아가 읽었다. 글보다는 그림을.
  4. 주홍식, <스타벅스, 공간을 팝니다> *전자책

 

읽고 있는 책

  1. 김소연, <한 글자 사전>
    • 나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예약 주문했다. 김소연의 산문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한 글자 사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책장에서 <마음사전>을 꺼내 다시 읽었다. 마음 깊이 스며드는 문장들. 두 권이 나란히 꽂혀 있는 모습만 보아도 배가 부르다.
  2. 강영숙 외, <어른의 맛(2017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 강영숙이 들려주는 뒷맛이 텁텁한 이야기들. 흙을 먹으면 이런 느낌일까. 어쩐지 목이 메인다.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 길가의 화단에서 한 웅큼 집어든 흙을 입속에 우겨 넣는 더이상 젊지 않은 여자. 그 스산한 풍경.
    • 그리고 김금희. 내가 앞으로 두 달 가까이 같이 살아야 할 이야기.
  3. 장석주, 박연준,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4. 마스다 무네아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5. 레이먼드 챈들러, <안녕 내 사랑>
  6. 이수련, <잃어버리지 못하는 아이들>

 

산 책

  1. 데이비드 스몰, 사라 스튜어트, <도서관>
  2. 주디스 커,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
  3. 마이클 본드, <내 이름은 패딩턴>
  4.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5. 김소연, <한 글자 사전>
  6. 윌리엄 그릴, <커럼포의 왕 로보>
  7. 호프 자런, <랩 걸>

*1~4: 광화문 교보문고(1/28), 5:인터넷 교보문고(1/31), 6: 광화문 교보문고(2/4), 7: 현대카드 엠포인트몰(2/14)

2018년 1월의 독서 (2/3)

2018. 1. 25.

목요일

 

시간이 가쁘게 흘러, 어느새 1월도 일주일이 채 남지 않았다. 아직 결론을 내리기는 성급한 것일 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로 봐서는 새해 스타트를 잘 끊은 것 같다. 목표로 했던 번역도 마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도 점점 몸에 붙고 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급성 위염에 걸리고 그 덕분(?)에 내시경도 받아 보았다. 그뒤로는 영양제도 악착같이 잘 챙겨 먹고 있다. 작년 말에 잠시 나를 괴롭혔던 슬럼프로부터는 완전히 벗어난 것 같아 기쁘다. 물론 그 성가신 녀석은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수 있겠지만 그건 그때가서 고민할 일이다.

 

다 읽은 책

  1. 브래드 스톤,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전자책
    • 리디북스에서 무료대여 이벤트를 하길래 빌려둔 책을 지난주부터 출퇴근 길에  야금야금 읽어서 그저께 읽기를 마쳤다. 아마존이라는 회사는 옛날부터 알고 있었고, 심지어 몇 번 구매해본 적도 있지만, 회사 자체에 대해서는 그리 흥미를 가져본 적은 없었다. (물론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회사에 관심이 없었지만 말이다.) 이토록 흥미로운 기업인 줄 알았다면 진작부터 관심을 가졌을 텐데. 어쩔 수 없이 아마존의 성공신화의 뒤에 숨겨진 노력이나 비화들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무조건 미화하려 하지 않고 균형잡힌 시각을 견지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곳곳에 보인다. 그런 부분들에서 아마존이라는 기업의 분명한 단점 – 노동자에 대한 배려 부족, 경쟁사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 등 -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결코 도덕적으로 수긍할 수 없는 선택의 이면에는 ‘고객에게 최저가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는 아마존의 분명한 비전이 깔려 있어 무섭도록 목표에 집중하고, 그것을 이뤄내고야 마는 기업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 아마존 같은 기업을 만들고 싶은 것도 아니고, 위에 적은 것처럼 아마존이라는 기업이 갖고 있는 모든 면면을 긍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배운 것이 있다면 “비전은 심플하게, 모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이 아닐까 싶다. 아마존은 처음부터 Everything Store 라는 비전을 갖고 있었고, 세상의 모든 물건을 파는 가게가 되기 위해서는 마진에 욕심을 낼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최고의 만족 = 최저의 가격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분명한 실행 목표가 있었다. 이 부분은 달리 부연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명확하기 때문에 비록 처음부터는 아니었을지라도 사람들에게 아마존이라는 기업의 특징을 각인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요즘, 이 책을 읽어서 다행이었다.
  2. 최진영,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 지난 일요일에 단숨에 몰아 읽어 놓고, 돌아오는 목요일 포스팅에서는 언급하는 것을 까맣게 잊었다. 인상깊지 않아서는 결코 아니었다. 다만 읽은 뒤에 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얼른 벗어나고자 성급히 다른 책을 집어들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해가 지는 곳으로>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그녀의 소설(집필 시기는 반대이다)은 여전히 강렬했다. 내가 서른 해 동안 무탈하게 살아오면서 마주치지 못한 존재들에 대해 자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마음이 저릿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을 드러내는 것 또한 문학이 해야 할 – 또 할 수 있는 – 역할일 것이다.
  3. 도로시 길먼, <뜻밖의 스파이 폴리팩스 부인> *전자책
  4. 도로시 길먼, <폴리팩스 부인 미션 이스탄불> *전자책
  5. 도로시 길먼, <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 *전자책
    • 역시나 리디북스에서 이벤트로 대여한 책이다. 추리소설 읽는 것을 꽤 즐기는 편이라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 시리즈와 그 외 여러 시리즈를 묶어 저렴하게 대여하는 것을 보고 심심할 때 읽어야지 하고 사 두었는데, 이번에 위염으로 앓는 동안 고통을 잊기 위해 이 시리즈를 침대에 누워 끙끙거리며 읽었다. 예전에 처음 나왔을 때 서점에서 보고 그냥 이런 책도 있구나 하고 말았는데, 커다란 교훈이 있는 것은 아니나 엔터테인먼트로서는 훌륭하다. 추리소설에서 흔히 보기 힘든 할머니 스파이라는 설정도 재미있고, 노인 특유의 달관한 듯한 삶의 태도가 위기 상황에서 의외의 효과를 낳는다는 전개도 흥미롭다. 찾아보니 이 시리즈가 8권 정도 되는 것 같은데, 국내에는 3권만 번역되었다. 나머지는 전자책으로 구입해서 영어로 읽어볼까 생각 중이다.

 

읽고 있는 책

  1. 주홍식, <스타벅스, 공간을 팝니다> *전자책
  2. 크리스 맥체스니, 숀 코비, 짐 헐링, <성과를 내고 싶으면 실행하라> *전자책
  3. Kelly Barnhill, The Girl Who Drank the Moon 

 

그 외에 읽은 것

Lauren Collins, “The Home Front: Leila Slimani’s dark explorations of our most intimate taboos”

*지면과 온라인의 제목이 상이하나 내용은 같음(https://www.newyorker.com/magazine/2018/01/01/the-killer-nanny-novel-that-conquered-france)

 

산 책

  1. 제르마노 쥘로, 알베르틴, <토요일의 기차>
  2. 모디캐이 저스타인, <밤의 세계>
  3. 존 윈치, <책읽기 좋아하는 할머니>
  4. 갈리아 번스타인, <나도 고양이야>
  5. Victoria Jamieson, Roller Girl
  6. 플로리 생 발, <상상의 집>
  7. 사노 요코, <나는 고양이라고>
  8. 루드비히 베멀먼즈, <씩씩한 마들린느>
  9. 루드비히 베멀먼즈, <마들린느와 쥬네비브>
  10. 엘윈 브룩스 화이트, <샬롯의 거미줄>
  11. E. L. 코닉스버그, <클로디아의 비밀>
  12. 에리히 캐스트너, <돈키호테>
  13. 마저리 키난 롤링즈, <아기사슴 플랙> 1, 2
  14. 버지니아 리 버튼, <작은집 이야기>
  15. 볼프 에를부르흐, <못생긴 다섯 친구>
  16. 레일라 슬리마니, <달콤한 노래>

*1~5: 광화문 교보문고(1/21), 6-15: 교보문고 중고서적(1/22), 16: 광화문 교보문고(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