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2018

2018. 12. 3.

월요일

 

사적인 서점의 존재는 갓 시작할 무렵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한 번도 가보지는 않았다. 독특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퍽 멋있어 보였지만, 모르는 사람과 마주 앉아서 책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어쩐지 좀 쑥쓰럽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SNS와는 담을 쌓고 살다 보니 한동안 토요일마도 오픈데이가 있었다는 것도 알 턱이 없었다. 작은 서점의 친밀함을 동경하지만, 큰 서점의 익명성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나라는 사람의 한계 탓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동네 서점들이 하나 둘 문을 닫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문을 열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나마 응원했는데, 사적인 서점 또한 영업을 마친다는 것을 풍문으로 듣고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런데 그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적인 서점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오면서, 그것이 단순한 영업 종료가 아니라 ‘시즌 2’를 준비하기 위해 시즌 1의 막을 내린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작 활발하게 영업을 할 때에는 별로 관심도 없다가 책이 나오니 호기심이 동해서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만 한 채로 두어달이 그냥 흘러갔다. 그러다 지금 하는 일에도 사적인 서점이 했던 시도를 한 번 참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서 며칠을 가방에만 넣고 다니다가, 바로 오늘, 야근하고 집에 들어와서는 단숨에 끝까지 읽어버렸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 쓴 책과 서점에 관련된 이야기라면 무턱대고 반기는 나는, 이 책 역시 무척 즐겁게 읽었다. 2년 간의 우여곡절을 책 한 권에 담아내기 위해 압축적으로 쓰여진 글의 행간에서 그녀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과 애정을 쏟아 이 일을 해왔는지가 절절이 베어 나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그 공간이 애틋하게 느껴졌다. 중간 중간에 초록색 글씨로 들어가 있는 인용구들이 책의 흐름과 자연스레 찰떡 같이 맞아 떨어지는 것을 보고, 그녀가 평소에 어떤 책들을 어떻게 읽는지도 어렴풋하게 짐작이 갔다. 날림으로 훌훌 읽고는 기록도 제대로 남기지 않는 나와는 달리, 훗날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사람에게 말해줄 것을 상상하며 밑줄 그은 문장을 어딘가에 소중히 옮겨 적는 모습이 그려졌다.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는 요즘, 먼저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는 성공과 실패를 떠나 귀한 준거점이 된다.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들을 현실로 이어나가는 것은 오롯이 내 몫으로 남겠지만, 효용을 떠나 배울 점 많은 독서였다.

사적인 서점의 시즌 2가 시작되면 그땐 꼭 가봐야지. 공간이 될지, 다른 모습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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