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그리고 9월의 독서

2018. 9. 26.

수요일

 

여기저기에 조금씩 기록을 남기고는 있으나, 왜인지 여기에는 쓰려면 꽤 큰 맘을 먹어야 해서 자꾸만 기록이 게을러진다. 어차피 보는 이도 없으니 좀 더 편하게 올려도 좋으련만 마음이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앉으면 그간 있었던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글을 하나 쓸 때마다 커다란 사건이 하나씩은 지나간 다음인 것만 같은 기분.

8월 꼬박, 그리고 9월을 거의 다 보낸 지금. 많은 책을 읽고 또 사는 사이에 나의 삶에는 또 한 번의 큰 변화가 있었다.

일을 그만두었다.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꼬박 2년 가까이, 온 마음을 써서 해온 일인데 이렇게 쉽게 놓아버릴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진부한 말이지만 그간 최선을 다해왔기에 후회는 없다. 물론 최선을 다했다고 해서 아쉬움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좀 더 잘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이 있었다. 더 멋지게, 더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일들이. 어떻게든 남아서 더 해보려고도 했다. 그러나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드미는 순간들이 있었고, 그런 순간들 사이의 간격이 점점 좁아졌다. 동료들을 보고 버텼으나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서로가 서로를 위해 버티고 있었다. 그 외에는 더 남아 있어야 할 이유를 잃어버린 채로. 그 뒤의 결정은 쉬웠다. 한 명도 남겨두지 않고 함께 떠나기로 했으니까. 이 결정이 도덕적으로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적어도 감정적으로는 옳은 결정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미 돌이킬 수 없어진 이상, 옳다고 믿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는 보여주어야 한다. 그 결정이 옳았음을. 말로 핑계를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게 스스로에게 책임을 다 하는 일이라 믿는다.

일을 하면서 느낀 것과 배운 것에 대해서는 너무 멀지 않은 시일 내에 한 번 글로 정리하고 싶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괴로운 시간들 속에서 매달리듯 책을 읽었다. 오래 전에 친구가 선물해준 <하워드의 선물>이 큰 도움이 되었다. 전환점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깊었지만, 사실 내 마음이 가장 오래 머문 것은 조직 문화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일을 겪으면서 내가 머물고 싶은 조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너무나 사랑했던 이 조직이 왜 이렇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여전히 너무나 신뢰하고 존경하는 동료들임에도 우리가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리더십에 대해. 시스템에 대해. 팀워크에 대해.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상위의 개념인 조직의 ‘문화’에 대해. 좋은 책은 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던짐으로써 읽는 이에게 깨달음을 준다. 손이 닿는 곳에 적절한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 있다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다. 이 책이 너무 고마워서, 함께 일을 그만두게 된 동료 두 명에게도 선물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필요할 때에 이 책이 그들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져주기를 바라면서.

그 외에도 이런저런 책들을 많이 읽긴 읽었는데, 기억이 희미하다. 조금씩 떼어 읽었다. 전자책도 많이 읽었다. 한 권을 진득하게 읽지 않고 이책 저책을 오가며 읽었다. 결혼 한 뒤 거의 처음으로 친정에서 며칠을 지내며 그곳에 두고온 책들도 다시 꺼내어 읽었다. 새로운 책도 많이 샀다. 언제 어디서 샀는지 기억이 희미할 만큼.

이런 식으로 책에 대해 기록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싶어 한동안 기록을 멀리했다. 이 목적성 없는 기록에 대한 회의는 앞으로도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록을 위한 기록’에도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이 짧은 글에 두 번이나 쓰기에 ‘믿는다’는 동사는 너무 무거운 것 같긴 하지만) 그렇기에 기간이 좀 들쭉날쭉 할지라도, 내용에 두서가 없을지라도 이 기록은 계속 이어가보려 한다. 그게 뭐가 되었던 간에.

 

산 책 

  1. 아툴 가완디, <어떻게 일할 것인가>
  2. 오에 겐자부로, <말의 정의>
  3. 황현산,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4. 다카노 조센, <교황에게 쌀을 먹인 남자>
  5. 장석주, <내 몫의 사랑을 탕진하고 지금 당신을 만나>
  6. 이아림,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7. 닉 러브그로브, <스워브: 나를 계속 넓히며 일하는 사람들의 6가지 비밀>
  8. 진 트웬지, <i세대>
  9. 타라 브랙, <받아들임>
  10. 미히르 데사이, <금융의 모험>
  11.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12. 토니 셰이, <딜리버링 해피니스>
  13. 마사 누스바움, <시적 정의>
  14. 앤 스콧, <오래된 빛: 나만의 서점>
  15. 베리 슈워츠, <우리는 왜 일하는가>
  16. 맥스위니스 편집부, <왜 책을 만드는가>
  17. 플로랑스 비나이, <몸을 씁니다>
  18. 전혜린, <목마른 계절>
  19. 매거진 B <츠타야>
  20. 매거진 B <몰스킨>

 

*1-4: 광화문 교보문고(8/15), 5: 영풍문고 홍대점(8/22), 6-7:영풍문고 종각종로점(8/27), 8-10: 광화문 교보문고(8/31),  11: 인터넷 교보문고(9/14), 12-13: 인터넷 교보문고(9/18), 14-20: 스틸북스(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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