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독서

2018. 7. 30.

월요일

7월의 마지막 날을 향하는 밤에 겨우 마음을 잡고 기록을 남긴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던 서른 한 살의 7월을, 나는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아이를 잃었다. 아직 얼굴을 맞댄 적도 없는데 잃어버렸다. 너무 빨리 깊이 사랑해버려서일까.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맞이한 아이를 역시나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떠나보냈다. 세상을 잃은 사람처럼 울었다. 아직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아이를, 얼굴이 채 만들어지기도 전에 떠나보냈는데도 이렇게나 슬픈데 고이 키운 자식을 잃은 사람의 슬픔은 차마 상상할 수도 없었다. 이전까지 알던 나의 세계가 뒤집혔다. 지금까지의 나와 완전히 달라졌는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나 더없이 소중한 것을 잃고 나니 역설적으로 내가 얼마나 많이 가진 사람인지를 알게 되었다. 따뜻한 위로와 다정한 걱정들. 넘치는 사랑 안에서 나는 한없이 여린 아이가 되어 엉엉 울었다. 조금씩 무너진 마음이 여물어가는 것을 느꼈다. 슬퍼만 하기에는 고마워할 일이 너무 많아서 또 눈물을 쏟았다.

이 일에 비하면 다른 일들은 아무 것도 아니다.

결혼 후 일 년을 채우지 못하고 남편과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남편이 먼 곳으로 발령이 났기 때문이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할 수 있다는 주말 부부를 우리가 하게 되었다. 아이를 잃은 나에게서 남편까지 빼앗아가는 운명이 가혹하게 느껴졌으나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일시적인 혼자의 삶을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

지난 금요일에는 차를 끌고 출근하는 길에 사고를 냈다. 반쯤 얼이 빠져 있는 상태였으니 무리도 아니다. 전날에도, 전전날에도, 곧잘 운전을 했기에 약간 방심한 틈을 타 사고가 나버렸다. 전적으로 내 잘못이기에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다. 막막한 상태에서 친절한 분이 도와주셔서 무리 없이 수습할 수 있었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다.

이런 가운데 한동안 책은 멀리하고 온종일 아무 생각 없이 넷플릭스만 보며 지냈다. 잠시라도 화면에서 눈을 떼면 무서운 생각이 머릿 속에 또아리를 틀 것만 같았다. 그러나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해야할 일을 외면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래서는 서서히 가라앉을 것만 같아, 마음을 추스르고 지난 주부터 다시 출근하고 있다. 어제는 다시 발령지로 떠나는 남편을 배웅하고 집에 가는 길에 오랜만에 서점에 들렀다. 처음에는 시들했으나 하염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눈에 들어오는 책들이 있었다. 소중하게 골라 들고 집으로 와서 한장씩 넘기며 읽었다. 이제야 다시 궤도에 접어든 느낌이다.

읽은

  1. 강창래,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2. 요시타케 신스케, <있으려나 서점>
  3. 이현미, <엄마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

읽고 있는

  1. 브레네 브라운, <나는 왜 내 편이 아닌가>
  2. 찰스 두히그, <습관의 힘>

  1. 김개미, <어이 없는 놈>
  2. 최희정, <한 그릇 집밥 다이어트 레시피>
  3. 스가쓰케 마사노부, <물욕 없는 세계>
  4. 요시타케 신스케, <있으려나 서점>
  5. 이현미, <엄마의 언어로 세계를 본다면>
  6. 모니카 드레이크 외, <작가님, 어디 살아요?>

*1: 쿠팡 도서(7/20), 2-6: 광화문 교보문고(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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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독서(2)

2018. 7. 4.

수요일

 

6월이 다 지나 어느새 7월. 6월새 너무 많은 일들이 있어 아직 떠나보낼 준비가 채 되지 않았는데, 내 마음과는 상관 없이 7월이 되어버렸다.

아이가 생겼다.

아직까지는 와닿지 않는 사실. 언젠가는, 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태어나 처음으로 사 본 임신 테스터기의 선명한 두 줄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충격적이었지만 기뻤다. 어쩐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감당할 수 없이 소중한 것이 덜컥 생겨버려 남편도 나도 어쩔줄을 몰랐다. 춤을 추고 싶기도 하고 주저 앉아 엉엉 울고 싶기도 했다. 기쁘면서도 두려웠고, 겁이 나면서도 신났다. 내 인생의 가장 큰 사건이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다.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6월에도 분명 여러 책을 사고 또 읽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희미하다.  앞으로도 나는 이 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까. 그동안에도 퍽 성실하진 않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이어가고 싶다. 아무리 불완전할지라도.

오늘은 출근 길에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회사로 향하던 발걸음을 그대로 병원으로 돌렸다. 아이가 잘못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는 상태로 울면서 지하철을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아이는 무사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생각했다. 앞으로 나는 이렇게 가슴 철렁한 순간을 몇 번이나 맞이하게 되겠지. 아직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이렇게 깊이 사랑하고 또 염려할 수 있다니. 과연 임신은 놀라운 일이다.

아무튼 아이 덕에 하루 휴가를 얻고, 요즘 나에게는 하나님과도 같은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하루 종일 꼼짝 없이 침대에서 누워 보냈다. 책을 읽을 기운도 없어 눈만 꿈뻑거리다 자다 깨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이래서는 좀이 쑤셔 안 되겠다 싶어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왔다. 너무 격렬한 감정을 일으키는 책도, 치열하게 머리를 굴려야 하는 책도 읽고 싶지 않았다. 한참 동안 책장을 들여다보다 지난 봄 이터널 저니에서 사온 켄트 하루프의 <축복>을 꺼내들고 두어 시간에 걸쳐 끝까지 다 읽었다.

켄트 하루프의 소설은 <밤에 우리 영혼은>에 이어 두 번째다. 역시나 담담하고, 잔잔하고, 이렇다 할 기승전결 없이 삶의 한 토막을 뚝 잘라서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그 안에서 작가는 어떤 평가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진열한다. 모든 삶에는 빛도 그림자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다 지나가기 마련이라는 것을, 행복이란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그런 순간들 사이에 조용히 나타났다 사라지며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는 것을, 성실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그가 만들어낸 인물들은 책을 덮은 뒤에도 그렇게 계속 살아가고 있을 것만 같다. 콜로라도의 조용한 시골 마을 홀트에서. 저마다의 고뇌와 행복을 누리며.

 

다 읽은 책

  1. 켄트 하루프, <축복>

 

조금 읽은 책

  1. 해리 덴트, <2019 부의 대 절벽>
  2. 메리 올리버, <완벽한 날들>
  3. 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4. 스즈키 순류, <선심초심>

 

산 책

  1. 김금희, <경애의 마음>
  2.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3. 이기호,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4. 스즈키 순류, <선심초심>
  5. 메리 올리버, <완벽한 날들>
  6. 사카이 준코, <책이 너무 많아>
  7. 실비아 플라스, <실비아 플라스 동화집>
  8. 헬렌 맥도날드, <메이블 이야기>
  9. 최동민, <작가를 짓다>
  10. 최은영, <내게 무해한 사람>

*1-2: 인터넷 교보문고(6/14), 3-4: 교보문고 합정(6/20), 5-7: 서울국제 도서전 마음산책 부스(6/24), 8-9: 서울국제도서전 민음사 부스(6/24), 10: 인터넷 교보문고(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