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독서 (1)

2018. 6. 11.

월요일

 

6월이 되었다. 6월이 된 지 벌써 열흘도 넘었는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새삼스럽지만. 그사이 일 년의 반이 지나가버렸다는 게 놀랍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6월 들어 생활을 다잡으려는 새로운 시도를 몇 가지 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명상이다. 티모시 페리스가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명상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고 밝힌 것과,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명상 여행을 떠난 것의 영향이 없지는 않지만, 예전 같으면 ‘흠, 그렇구먼’ 하고 넘겼을 이야기에 마음이 동한 것은 아마도 내 안의 무언가가 명상 같은 것을 필요로 하기 때문은 아닐까.

원래도 그런 성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 나는 더욱이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는 말을 신봉하게 되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생각지 못한 상황에 처하다 보니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을 하다가, 어느샌가 ‘세상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내 마음밖에 없다’고 믿게 되었달까. 여하튼 5월 들어 시작한 아침 일기를 쓰는 습관과 더불어 6월부터 끊길 듯 끊기지 않고 근근히 이어 오고 있는 명상이 효과를 발휘했는지, 제법 만족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6월에도 이런저런 책들을 사고, 또 읽고 있다. 여전히 서점에 가면 정신 못차리고 양팔 가득 책을 안고 돌아오는 나지만, 거실에 가만히 앉아 책장에 꽂힌 책들을 보고 있으면 ‘아, 저 책은 언제 읽지’ 하는 생각에 잠시 아찔해진다. 한편으로는 아직도 읽고 싶은 책이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기쁘다. 삶에 대한 의욕이 떨어졌을 때 서점에 가면, 여전히 읽고 싶은 책을 한 권 발견할 정도의 의욕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된다. 실제로 그 책을 읽었을 때 그 안에 내 상황에 도움이 되는 내용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스스로를 달랠 방법을 하나 알고 있다는 데서 오는 안도감이다. 나는 이 또한 독서의 무시 못할 효용이라 생각한다. 물론 내가 아직 어떤 책으로도 위로받지 못할 좌절이나 슬픔을 겪어보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러고보니 올해는 별로 소설을 읽지 않았다. 최근 사는 책들도 대개는 에세이나 경제경영서, 인문학 교양서가 대다수이다. 작년에 비해 시집이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다. 가장 최근에 서점에 갔을 때에는 경제경영서가 유독 눈에 들어와 여러 권 샀다.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배제하다가 친구의 추천으로 몇 권 씩 읽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찾아 읽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여전히 나의 취향에는 소설, 에세이류가 훨씬 잘 맞는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사는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요소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있는 단계이다. 가능하면 어느 것에도 문을 닫아두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싶다. 아이들을 만나면서도 드는 생각.

그건 그렇고, 내일 출근길에는 또 어떤 책을 읽을까나.

 

다 읽은 책

  1. 야마구치 요헤이, <현명한 초보 투자자>
    • 슬쩍 슬쩍 현실적인 재테크와 관련된 책들도 읽고 있다. 사실 그동안 다른 책도 몇 권 읽었는데, 몇 명 보지도 않을 개인적인 블로그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부끄러워 적지 못했다. 그러나 이 또한 나의 (독서) 생활의 중요한 일부이기에 함께 기록해나가려 한다. 물론 이론만 공부할 것이 아니라 실행이 병행되어야겠지만 말이다.
  2. 장강명, <당선 계급 합격>
    • <그믐> 이후로 오랜만에 읽은 장강명의 책. 소설은 아니고 르포르타주 형태인데, 리터에 유사한 주제로 연재를 해올 때부터 관심있게 지켜보던 터라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읽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급하게 다 읽은 것은 방금 전에 있었던 북바이북 광화문에서 열리는 작가와의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두꺼운 분량에 비해서는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가 금방 읽었다.
    • 나는 문학 공모전에 진지하게 응모할 생각도 해보지 못했고 서점에서 ㅇㅇ상 수상작이라 하는 것에도 크게 휘둘리지 않는 편이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자타공인 문학공모전의 최대 수혜자라고 불리는 장강명이 직접 이런 문제를 들고 나와, 그것도 소설도 아닌 르포의 형태로 써냈다는 점에는 꽤 충격을 받았다. 충실한 자료 조사를 토대로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엮어내어, 그것을 재미있게 읽을 만한 글로 엮어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혹자는 “그래, 그게 문제인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 라는 식의 딴지를 걸 수도 있겠지만, 그럴 듯한 대안이 없으면 문제도 제기하지 말라는 것도 우습다. 그리고 작가 스스로가 그런 부분을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지 않고, 이 책이 가진 한계점까지도 부러 짚어가며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 공모전의 문제가 비단 문학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스며들어 있는 시험을 통해 인재를 채용하는 ‘공채’ 시스템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책의 함의와 독자층을 훨씬 더 넓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나 역시 이런 시스템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대학 졸업 이후에는 공채 시스템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지만 그 전 단계의 ‘대학 입시’라는 시스템에는 철저히 순응했고 그 결과 원하던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어딘가 모순되어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주어진 특권들을 가질 자격이 나에게 있는지 여러 번 자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대개는 ‘세간의 인정’이라는 형태로 주어지는 열매의 달콤함에 취해 있었다. 모든 시스템에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아마 완벽한 시스템이란 없을 것이다. 다만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면서 점점 더 완벽하게 만들어갈 순 있다. 그를 위해서는 시스템을 수호하려는 사람과 파괴하려는 사람이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모든 사람의 숙제다. 작가의 역할은 생각할 계기를 던져주는 것이고, 이 책에서 장강명은 그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냈다.

 

산 책

  1. 장강명, <당선 합격 계급>
  2. 메리 노리스, <뉴욕은 교열 중>
  3. 이소영, <식물 산책>
  4. 정상태, <출판사에서 내 책 내는 법>
  5. 강창래,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6. 세스 스티븐스, <모두 거짓말을 한다>
  7. 해리 덴트, <2019 부의 대절벽>
  8. 레이 달리오, <원칙>
  9. 로잔 토마스, <태도의 품격>

*1~5: 광화문 교보문고(6/2), 6~9: 여의도 영풍문고(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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