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지무라 미즈키, 아침이 온다, 2017

2018. 5. 13.

일요일

 

오늘 아침에 만난 친구가 추천해준 책을, 집에 오는 길에 사서 두 시간 만에 다 읽었다. 일본 소설을 읽은 건 참 오랜만이다. 한때는 일본 소설에 푹 빠져, 일본 소설만 읽었던 시기도 있었다. 벌써 십 년도 더 된 일이다. 그뒤로도 간간이 읽었으나, 어느새부터 읽지 않게 되었다. 대단한 결심을 한 것도 아니고, 다만 흥미가 떨어졌을 뿐이었다. 그러다 오늘 친구의 추천을 받고 왠지 마음이 동해서, 서점을 두 군데나 들러 결국 사왔다.

소설이 지닌 여러 가치들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간접 경험’이다. 생전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던 일을 별안간 내 일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이렇게 버젓이 존재하는 세계를 어쩌면 그리도 까맣게 모르고 살았을까.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얼마든지 알 수 있었을 텐데.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만큼 내가 볼 수 있는 세계가 넓어진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나의 세계를 넓히는 일이다. 내가 모르던 한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의 삶을 잠시 대신 살아보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소설을 많이 읽으면 좋은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상대의 입장이 되어본 경험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해의 범위와 공감의 깊이는 넓어지고 깊어질 수밖에 없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아침이 온다>는 그런 소설이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그러나 코앞에 존재하던 세계를 드러내 보여주는 소설. 이전까지는 나와 무관하다 생각하던 사람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게 해주는 소설. 그로 인해 조금쯤은 더 나은 인간에 가까워지게 만들어주는 소설 말이다.

친구를 잘 둔 덕분에 평생 몰랐을 책 한 권을 더 읽게 되었다. 감사한 일이다. 이 세상의 모든 사토코와 히카리, 고노미에게 축복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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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독서(1)

2018. 5. 8.

화요일

 

어느새 5월이다. 이럴 수가!

시간은 늘 쏜살같이 흐른다. 그 흐름 안에서 흐느적거리고 있는 나. 전반적으로 삶에 대한 권태기인가. 이 날씨 좋은 5월에 권태기라니, 어울리지 않는다.

요즘 자꾸만 해야할 일들을 다 해내지 못하는 악몽을 꾼다. 산더미 같은 일들이 물리적인 무게를 가지고 나를 짓누르는 꿈을. 어떤 때는 쫓긴다. 그러다 눈을 뜨면 현실은 더 지옥이다. 꿈에서 나를 쫒던 일들 중 어느 것 하나 끝나 있지 않기 때문에.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일.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고, 결국은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인데. 일들이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기보다는,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다. 아마 앞으로도 해야할 일들은 꾸준히 있을 것이다. 이 일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요즘 부쩍 생산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왕 할 일이라면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아끼면서 즐겁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그러나 이런 저런 책들을 뒤적여보아도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항상 긴장 상태에 있는 생활. 그나마 발레를 할 때에는 신경을 딴 데로 돌려놓을 수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읽는다. 어디에도 가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빼곡한 글자들 속 어딘가에 길이 있으리라 믿으며. 숨 고르기.

 

다 읽은 책

  1. 편혜영, <죽은 자로 하여금>
  2. 장인성, <마케터의 일>
  3. 티모시 페리스, <타이탄의 도구들>

 

읽고 있는 책

  1. 리처드 플래너건, <굴드의 물고기책>
  2.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쓰기>

 

산 책

  1. 릴리쿰, <손의 모험>
  2. 문태준,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3. 장인성, <마케터의 일>
  4. 편혜영, <죽은 자로 하여금>
  5. 유희경,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6. 강성은, <단지 조금 이상한>
  7. 우치다 다쓰루,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8. 가와사키 쇼헤이, <리뷰 쓰는 법>
  9. 매튜 B. 크로포드, <손으로, 생각하기>
  10. 인텔리전트 체인지, <하루 5분 아침 일기>

*1~3: 광화문 교보문고(4/26), 4~8: 광화문 교보문고(5/3), 9: 강남 신세계 반디앤루니스(5/5), 10: 여의도 영풍문고(5/7)

편혜영, 죽은 자로 하여금, 2018

2018. 5. 3.

 

편혜영의 새 장편 소설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 마자 퇴근길에 서점에 들러 샀다. 그리고 바로 근처 카페로 가, 한 시간 즈음 만에 다 읽었다. 본래는 함께 산 다른 책들도 둘러볼 의향으로, 잠깐 읽고 덮으려 했으나 놓을 수가 없어 계속 읽었다.

편혜영의 소설을 읽으면, 소설 쓴다는 것은 사회를 개인의 삶에 투영하는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한 사람의 인생, 한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그것이 결코 개인적일 수만은 없음을. 평범하디 평범하고 너무나 인간적인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워 일깨워준다.

전작 <홀> 만큼의 임팩트는 없으나 역시 편혜영이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홀>보다는 <선의 법칙>을 떠올리게 하나 그보다는 훨씬 절제된 느낌. 시종일관 냉정하게 전개되는 이야기의 끝에는 의외의 온기가 남는다.

오랜만에 밀도있게 읽은 소설.

 

34번째: 질투와 영감

2018. 5. 3.

목요일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나는 질투와 영감이라 말하련다.

게으른 나를 충동질하는 것은 질투와 시샘. 사랑에 빠진 사람 마냥 눈을 반짝이며 일이야기를 하는 보면, 야무지게 자기 일을 해내는 사람을 보면, 그리고 정확하게 자기 일(+그 일을 왜 하는지)을 설명하는 사람을 보면, 절로 질투가 난다. (물론 그 외에도 나의 질투를 유발하는 수천수만가지 상황이 있다.) 어쩜 저렇게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 있지?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하고.

오늘은 깨작깨작 글을 고치다가, 나와 업무가 겹치지 않는 파트너사의 한 매니저가 미디엄에 올려놓은 글을 읽고 질투에 사로잡혔다. 글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에너지가, 열정이, 포부가 좋았다. 그리고 조금 부끄러웠다. 지금의 나는 그마만큼의 에너지와 열정과 포부를 가지고 이 일을 하고 있나?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는 행운.

그냥 하지 않고, 잘 하고 싶다. 기왕이면. 그리고 꾸준히 하고 싶다. 정확하게 하고 싶다.

마음이 능력을 앞서는 아침. 그래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