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독서 (1/2)

2018. 3. 20.

화요일

 

3월도 절반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처음으로 기록하는 3월의 독서. 지난 3주를 돌아보면 정신적으로는 나태하게, 신체적으로는 성실하게 보냈다. 읽는 것은 근근히 읽었지만 거의 아무 것도 쓰지 않았다. 쓰지 않으니 별로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은 했으나 전부 다 쓸려가버렸다고 하는 게 맞겠다. 결국 그 정도의 생각이었을 뿐이다. 첫날부터 불안하게 시작한 3월은 기대보다는 안정감 있게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생활의 한 켠에 어둠이 고개를 푹 수구리고 있는 듯하다. 가만히 있으면 마음이 자꾸 그쪽으로 흘러들어가, 자꾸만 아래로 아래로 침잠하게 된다. 가끔은 그렇게 내 안의 어둠에 푹 잠기는 것을 즐기던 시절도 있었지만, 매일 영위해야 할 생활이, 돌봐야 할 사람들이, 공간이 있는 지금은 지나친 사치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자꾸만 스스로를 끌고 내려가려는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몸을 많이 움직였다. 작년 11월부터 새로 시작한 발레는 3월 들어 새삼스레 내 마음을 온통 사로잡았다. 한창 바쁘고 아팠던 1-2월에 자주 못 간 것이 아쉬워, 주 3회도 겨우 가던 것을 주 4회로 늘렸다. 더디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마 지금처럼 평생 한다고 해도 어린 시절부터 하루의 대부분을 발레에 투자해온 무용수들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이나 성장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이 나를 설레게 한다. 그동안 해오던 운동들이 건강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었다면, 발레는 그들과는 다르다.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할지, 아니면 오히려 무목적적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특별하다. 지금 같은 시기에 발레가 없었다면 나는 아마 한동안 깊은 어둠 속에서 홀로 견뎌야 했을 것이다. 마음 둘 곳이 있다는 것에 한없이 감사하게 된다.

발레에 시간을 쓰는 만큼, 책에 쓰는 시간은 줄었다. 서점에도 많이 가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읽고 싶은 책들은 야금야금 늘어나서, 연초에 싹 비웠던 장바구니에는 어느새 80권이 들어가 있다. 이제는 스스로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삶을 추동하는 것은 거창하고 원대한 목적이 아니라, 읽고 싶은 책, 먹고 싶은 음식,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사람 같은 사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이 아닐까. 그렇게 믿는다.

 

다 읽은 책

  1. 셰릴 샌드버그, 애덤 그랜트, <옵션 B>
    • 읽는 동안 많이 울었다. 그리고 많이 배웠다. 샌드버그 같은 사람에게도 피할 수 없는 아픔은 찾아온다. 누구에게나 살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고통이 있고 상처가 있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 또한 지니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 힘을 ‘회복탄력성’이라 정의하고, 어떻게 하면 그것을 기를 수 있는지에 대해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진솔하고 담담하게 적어내려간다. 특히 나에게 인상깊었던 부분은 4장 “회복탄력성을 갖춘 아이로 키우기”였다. 직업 특성상 평소에도 아이들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어떻게 주어야 할지, 그러려면 나는 어떤 어른이어야 하는지. 그런 면에서도 생각할 거리를 잔뜩 던져주었다.
    • 우리에게는 모든 아이가, 특히 매우 비극적인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안전과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도록 도와줄 책임이 있다. 이런 문제에는 일찍부터 전반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회복탄력성을 쌓는 기반은 아동에게 주어지는 기회, 그리고 아동이 부모·양육자·교사·친구와 맺는 관계다. 우선 아동이 다음 네 가지 핵심 신념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첫째, 자신의 삶에 대해 통제감을 갖는다. 둘째, 실패에서 배울 수 있다. 셋째, 자신은 인간 존재로서 중요하다. 넷째, 자신에게는 의존하고 공유할 수 있는 진정한 강점이 있다.

    • 회복탄력성을 갖춘 아동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자기 삶에 대해 강한 통제감을 느꼈다. 그들은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신이라 생각했고, 부정적 사건을 위협이 아닌 도전으로, 심지어 기회로 삼았다. 위기 상황에 처하지 않은 아동도 마찬가지다. 회복탄력성이 있는 아동은 대개 자기 삶을 형성할 힘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아동을 양육하는 사람들은 명쾌하고 일관성 있는 기대를 전달해서 아동의 통제감을 증진시킨다.

    • 아이들에게 회복탄력성을 심어주는 두 번째 신념은 실패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은 아이들이 고착형 사고방식이 아니라 성장형 사고방식을 지닐 때 역경에 더욱 잘 대처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고착형 사고방식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다. “나는 수학에 재주가 있지만 연기에는 소질이 없어.” 성장형 사고방식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은 학습하고 개발할 수 있다. 이런 사고방식을 소유한 아이들은 보다 나아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나는 타고난 배우가 아닐 수도 있지만 충분히 많이 연습하면 무대에서 빛날 수 있어.”

    • 똑똑하다는 칭찬을 들은 학생들은 자신의 지능이 정해진 속성이라고 생각해서 나중에 치른 시험에서는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똑똑한” 아이들은 시험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자 자신에게는 그 문제를 풀 능력이 없다고 생각해서 좀 더 어려운 문제를 풀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포기했다. 하지만 시도하는 노력이 값지다는 칭찬을 들은 아이들은 어려운 시험을 볼 때도 더욱 열심히 문제를 풀어서 시험을 끝마쳤다.

    • 아이들이 성장형 사고방식을 키울 수 있게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널리 퍼져 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는 않고 있다. 아는 것과 실제로 행동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이런 개념을 이해하는 부모와 교사가 많기는 하지만 항상 성공적으로 적용하지는 못한다. 나도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만 이따금씩 실패한다. 딸이 시험을 잘 보면 “네가 최선을 다해 기쁘단다”라고 말하지 않고 여전히 “잘했어!”라고 불쑥 말한다

    • 부모가 실패를 피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 아니라 배울 수 있는 기회로 다룰 때, 아이들은 도전을 더욱 기꺼이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인다.

    • 아이들의 회복탄력성에 영향을 미치는 세 번째 신념은 ‘존재감’으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염려해주고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안다는 뜻이다. 많은 부모가 대화하면서 자녀의 존재감을 자연스럽게 내보인다. 자녀의 말을 귀담아듣고, 자녀의 아이디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는 모습을 보이고, 자녀가 다른 사람과 강하고 안전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다.

    • 어른은 아이들에게 그들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 회복탄력성을 갖춘 아이들이 품고 있는 네 번째 신념은 스스로에게 기댈 수 있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강점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실패를 학습 기회로 생각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 안전하게 실수를 거론할 수 있는 경우, 실수를 보고할 가능성은 커지는 반면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은 작아진다.

  2. 어슐러 르 귄, <어스시의 마법사> *전자책
    • 오래 전부터 읽고 싶다 생각만 했던 책인데, 마침 리디북스에서 할인 행사를 한 김에 구매했다.  책 안에는 격랑과 풍우가 난무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잔잔하게 흐르는 편이라 자기 전에 조금씩 읽었다. 세계관 내에서 “말”이 가진 힘이 무척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게드라는 훗날 전설적인 서사시의 영웅이 되는 주인공이 스스로의 미숙함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과정도 인상적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은 없으나 더디게라도 계속 읽게 하는 힘이 있다. 그렇게 느린 속도로 2권도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다.

 

읽고 있는 책

  1. 엘리자베스 길버트, <빅 매직>
    • 창의성에 대한 신화에 정면으로 대적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신화적인 찬사를 보내는 책. 매력 있다. 오랜만에 책에 밑줄을 그으며 읽어가는 중. 자세한 이야기는 다 읽고 난 뒤에.
  2. 장 그르니에, <섬>

 

산 책

  1. 장 그르니에, <섬>
    • 김남주의 <나의 프랑스식 서재>를 읽다가, ‘그르니에를 읽어봐야지,’ 결심한 것도 벌써 1년 전. 그동안 장바구니에만 넣어 놓고 외면하던 이 책을 친구를 기다리다 잠깐 들른 종로 영풍문고에서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집어 들고, 맨 처음에 실린 카뮈의 추천사를 읽다가 오랜만에 문자에서 전율을 느꼈다. 조금씩 아껴 읽는 중이다.

*1: 영풍문고 종로점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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