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독서 (1/2)

2018. 2. 11.

일요일

 

하나를 진득허니 읽지 못하고, 매일 이것저것 조금씩 들춰보고 있어서 독서에 대해 기록할 만한 것이 마땅치 않다. 게다가 지난 한 주에는 이것저것 신경쓸 일들이 몰려 있어 숨돌릴 틈 없이 바삐 지나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마음이 붕 떠버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된다. 발붙일 곳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그런 와중에 읽기는 일종의 정박지가 되어준다.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혹은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지, 스쳐지나가는 질문들에 대한 답은 내가 읽은 책, 그리고 내가 산 책(=읽고 싶어하는 책)안에 담겨 있다. 마음 붙일 곳 없던 지난 두 주 간, 작은 항구가 되어준 읽기의 기록.

 

다 읽은 책

  1. 레일라 슬리마니, <달콤한 노래>
    • 여기에 대해서는 따로 기록할 예정이다.
  2. 레이먼드 챈들러, <빅슬립> *전자책
    • 순전히 무라카미 하루키 때문에 읽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는 아니지만 읽어보니 왜 말로가 일종의 전범이 되었는지 알겠다. 원전을 읽어보지 않아 얼마나 정확한 번역인지는 모르겠으나, 직역을 했음직한 낯선 비유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하루키는 그 건조하지만 결코 지루하지는 않은 문체에 매료된 것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진도가 술술 나가는 편은 아니라, 자기 전에 침대 맡에서 야금야금 읽었다.
  3. 데이비드 스몰, 사라 스튜어트, <도서관>
    • 아름다운 그림책. 몇 번이고 되돌아가 읽었다. 글보다는 그림을.
  4. 주홍식, <스타벅스, 공간을 팝니다> *전자책

 

읽고 있는 책

  1. 김소연, <한 글자 사전>
    • 나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예약 주문했다. 김소연의 산문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한 글자 사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책장에서 <마음사전>을 꺼내 다시 읽었다. 마음 깊이 스며드는 문장들. 두 권이 나란히 꽂혀 있는 모습만 보아도 배가 부르다.
  2. 강영숙 외, <어른의 맛(2017 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 강영숙이 들려주는 뒷맛이 텁텁한 이야기들. 흙을 먹으면 이런 느낌일까. 어쩐지 목이 메인다. 모래바람이 부는 사막. 길가의 화단에서 한 웅큼 집어든 흙을 입속에 우겨 넣는 더이상 젊지 않은 여자. 그 스산한 풍경.
    • 그리고 김금희. 내가 앞으로 두 달 가까이 같이 살아야 할 이야기.
  3. 장석주, 박연준,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4. 마스다 무네아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5. 레이먼드 챈들러, <안녕 내 사랑>
  6. 이수련, <잃어버리지 못하는 아이들>

 

산 책

  1. 데이비드 스몰, 사라 스튜어트, <도서관>
  2. 주디스 커, <누가 상상이나 할까요?>
  3. 마이클 본드, <내 이름은 패딩턴>
  4.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5. 김소연, <한 글자 사전>
  6. 윌리엄 그릴, <커럼포의 왕 로보>

*1~4: 광화문 교보문고(1/28), 5:인터넷 교보문고(1/31), 6: 광화문 교보문고(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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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책

2018. 2. 8.

목요일

전쟁같은 하루를 치르고, 보상으로 주어진 달콤한 오전 휴가.

평소보다 두 시간 더 자고 일어나 녹차를 내리고 책꽂이에서 책 한 권을 골라 들었다.

장석주, 박연준이 함께 쓴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두 사람이 매일 다른 책을 읽으며 기록한 일기가 나란히 편집되어 있는 이 책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 나도, 빨리, 뭔가, 읽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일상적인 문장들임에도 예사롭지 않은 것은 역시 두 사람이 오랫동안 글을 다뤄왔기 때문일까. 부럽다.

오래도록 이 여유를 즐기고 싶은데, 이제 무거운 몸을 일으켜 나가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달콤한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