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번째: 번역하는 마음

2018. 1. 8.

월요일

 

해가 바뀌었지만 번호는 이어서 달았다. 해가 바뀐다고 끊기는 것은 오히려 드물다. 많은 것들은 연속선상에 있다. 계속 이어져 나간다.

그리고 나도 작년 말에 시작한 번역을 이어서 하고 있다.

한국어를 일본어로 바꾸는 일. 무라카미 하루키가 어딘가에서 영어로 된 문장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일에 대해, ‘가로로 누워 있는 문장을 세로로 일으켜 세우는 것이 퍽 상쾌하다’와 비슷한 내용을 쓴 적이 있다. 아직 눕혀 놓은 문장들을 일으켜 세우지는 못했지만,  일단 엎드려는 놓았다. 세워 놓으면 느낌이 또 다를 것이다.

예전에도 소일거리삼아 이런저런 번역을 했었다. 하고 싶어서 한 것보다, 해야 되니까 한 것이 더 많았다.

이번에는 온전히 하고 싶어서 한다. 어디에도 가닿지 못하더라도, 그저 끝까지 가기 위해 간다. 느릿느릿. 더듬더듬. 빛 한 줄기조차 새어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동굴 속을, 손바닥으로 벽을 더듬어가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기분으로 번역을 하고 있다.

읽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문장들이 고개를 쳐든다.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번역을 하다 보면, 쓸데없는 문장이 하나도 없음에 놀라게 된다. 다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다. 그런 문장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어우러져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 속에서 나는 참을 수 없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참지 못하고 눈물을 찔끔 흘리기도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를 번역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녀가 만들어낸 이야기를 번역하기에는 내가 가진 단어들이 너무 적지만, 최선을 다해 내가 느낀 그 감정을, 일본어로 이 소설을 만나게 될 사람들에게도 전달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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