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셋째, 넷째 주의 독서

2017. 12. 30.

토요일

 

여전히 읽고 있으나 왠지 모르게 시들해진 기분이다. 전자책으로 읽는 것의 한계인 것 같기도 하고, 한 곳에 마음을 오래 두지 못하는 요즈음의 심리상태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할 일이 산더미 같은데 어느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책망어린 생각이 또 고개를 쳐든다. 지금 다른 일이 아닌, 이 일을 하고 있는게 맞는가? 라는 질문이 계속해서 머리에 떠다니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오늘 오랜만에 친구와 긴 대화를 나누었고, 그 대화 끝에 내가 갖고 있는 문제를 직시하게 되었다. 결국은 스스로에 대한 불만. 100%를 다하고 있지 않다는 죄책감. 이만하면 돼, 하고 만족할 수도 없으면서, 이만큼 이상을 더 하지 않으려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 늘 겪어온 일이고, 새로울 것도 없는데, 여전히 스스로에게 실망을 느끼다니 얼마나 당해야 나 자신에 대한 기대감을 낮출 수 있을까.

역시나 올해 계획한 것들을 다 이루진 못했으나, 최소한 이 블로그에는 기록을 멈추지 않았다. 오늘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려 지난 글들을 쭉 읽으면서 기록해두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 언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기도 하고. 오, 제법 잘 썼네? 하며 스스로 으쓱해하기도 했다. 그리고 각각의 글을 쓸 때의 내 마음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져서 조금은 울컥했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마음이 개운하지만은 않다. 불만스러운 것도 많고. 지겨울 정도로 발전이 없는 것 같은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러나 적어도 2017년의 나는 쉬지 않고 읽어왔고, 그보다 훨씬 적은 양이기는 했지만 꾸준히 써왔다. 적어도 그런 의미에서는 2016년의 나보다 나아졌다. 내년에는 어떤 나이고 싶은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올해보다 더 많이 쓰는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올해보다 더 깊이 읽는 사람이고 싶다. 그게 책이 아니라 사람이어도, 일이어도 좋으니,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닌, 깊숙하게 들어가보고 싶다. 2017년을 통째로 바친 프로젝트에 대한 기록을 스스로가 만족할 만한 형태의 기록으로 엮어내고 싶다. 불평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해결책을 찾아내고 싶다.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영감에 흘러넘치는 한 해를 보내고 싶다. 더디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그런 두서없는 생각들을 적어본다.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다 읽은 책

  1. 김숨, <당신의 신>
    • 아픈 이야기. 우연히 소개글을 보고, 참을 수 없이 읽고 싶어져서 그날로 사왔는데 막상 손에 넣고 나니 시들해져서, 한참을 방치하다 지난 주말에 단숨에 읽었다. 읽었으나 텅 비었다. 소설이 별로였다기 보다, 읽을 때의 나의 마음 상태의 문제인 것 같다. 이번주에 읽은 책들은 다 종이를 씹는 것처럼 딱딱하고 건조하게 느껴졌다. 준비가 안 된 독서였다.

 

읽고 있는 책

  1. 가즈오 이시구로, <녹턴>
    • 이 책을 다 읽으면, (민음사에서 나온) 가즈오 이시구로의 모든 책을 다 읽는 셈이다. 물론 <파묻힌 거인>이 한 편 남아있지만. 올해 하반기는 가즈오 이시구로와 함께 산 느낌이다. 그의 책을 느릿느릿 성실하게 읽었다. <나를 보내지 마>로 시작해서,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남아 있는 나날>, <창백한 언덕 풍경>, <우리가 고아였을 때>, <위로 받지 못한 사람들> 순서로. 이정도면 제법 많이 읽었는데도, 아직도 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섣부르게만 느껴진다. 두 세달에 걸쳐 꼭꼭 씹어 읽은 그의 문장들이 소화되지 않은 상태로, 묵직하게 얹혀 있다. 그러다 일상의 어떤 순간, 갑자기 튀어 나온다. 이를 테면 멍하니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나를 보내지 마>의 토니와 캐시를 떠올리는 식으로. 잃어버린 레코드 판을 다시 사기 위해 중고 음반 가게를 뒤지는 장면이 갑자기 과거에 내가 겪은 일 마냥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이다. 이건 뭘까. 언젠가 그에 대해 한 편의 글을 쓸 날이 올까. 아직은 이른 것 같긴 하지만. <녹턴>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유일한 단편집인데, 그의 장편들과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주 다르다. 무어라 더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2.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 출퇴근 길에 전자책으로 조금씩 읽고 있다. 딱히 무얼 배우려는 생각 없이 그냥 읽는다. 저자 역시 딱히 뭔가를 가르치려는 생각 없이, 자신의 지나온 인생을 담담하게 회고하듯이 적고 있다. 그 담백함에 위로를 받으면서 더디게 읽어나가는 중이다. 어느 정도는 늘 그랬지만, 지금의 나에게 독서는 도피다. 그 목적에 얼마나 어울리는 책인지는 모르겠으나 제법 역할을 해주고는 있는 것 같다.

 

산 책

오랜만에 시집을 두 권 샀다. 돌이켜보면 올해 참 좋은 시집을 많이 읽었다. 내년에도 계속 읽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골랐다.

  1. 신철규,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2. 문보영, <책기둥>

*1~2: 광화문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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