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월 동안 읽은 책

 

정말 오랜만에 책에 대한 글을 쓴다. 신기할 정도로 책을 안 읽었다. 거의 사지도 않았다. 올해 들어 정말 드문 일이었다. 결혼이 큰 일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쉽게 손을 놓게될 줄이야. 8월에는 거의 책을 읽지는 않고 들고만 다녔고, 9월에는 그래도 책을 조금 읽었다. 공항에서 조금. 비행기에서 조금. 리조트에서 조금. 그렇게 해서 다 읽은 책이 두 권. 그리고 약간의 책을 샀다. 내일부터 떠날 여행에서도 또 책을 많이 읽고 싶다. 아주 많이 들고 가지는 못 하겠지만.

10년동안 알아온 사람이지만, 생활을 함께 하는 것은 처음이라 몰랐던 면을 많이 알게되고 있다. 다행히 대개는 긍정적인 발견이다. 기대는 거의 하지 않고, 걱정을 많이 해서인지 ‘어? 생각보다 괜찮네?’ 라는 느낌이랄까. 큰 기대 없이, 다가오는 일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좋은 것들을 놓치지 않고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제법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긴 휴가를 떠나고 돌아오니 회사는 난장판. 과연 이 프로젝트가 잘 굴러갈 것인가. 아니, 그 이전에 회사의 존속이 위태로운 것은 아닐까. 싶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생각해도 놀라울 정도로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 너무 빠른 체념일지는 모르겠으나, 큰 틀의 결정에 있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매일을 보내는 중이다.

올해도 이제 딱 1/4 남았다. 남은 세 달 동안은 지난 두 달간 못 읽은 만큼 더 많이 읽어야지. 올해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한 일들을 최선을 다해 추구하며 살고 싶다.

 

다 읽은 책

  1.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 오랫동안 숙제처럼 품고 있던 이 책을 신혼여행에서 다 읽었다. 기대이상이었다거나 기대에 못 미쳤다는 것과는 아예 다른 차원에서 기대와는 달랐다. 그리고 비로소 ‘조르바처럼 산다는 것’의 의미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비슷한듯 하면서도 아주 달랐고, 지금의 나로서는 전적으로 긍정하기는 어려운 것이었으나, 그토록 거침없는 삶과의 직면에 대해서는 역시 존경심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읽으면 또 다른 인상을 받지 않을까. 지금의 나로서는 깊이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책이었다.
  2. 페터 회,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에서 짤막히 소개된 것을 읽은 뒤로부터 계속해서 읽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자주 가는 북카페에서 팔고 있는 것을 발견해서 덥썩 집어 왔다. 산 날 조금 읽다 한참 멈춘 뒤, 역시 신혼여행에서 마저 읽었다. (사실은 조금 남아서 돌아온 뒤에까지 읽었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소설이지만 군데군데 몰입을 방해하는 복잡하고 정돈되지 않은 문장들이 있었다. 그것이 작가 본인의 문체인지, 번역가의 문체인지는 내가 덴마크어를 배우지 않는 이상은 알 수 없을 것이다. 스밀라는 나와는 너무 다른 종류의 사람.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올곧게 추구해 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 수반되는 인간적인 감정 – 공포, 슬픔, 좌절감 – 을 구태여 숨기려 하지 않는다. 그것들의 존재를 모두 인정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약한 모습을 감추려 하고, 어려운 길은 피하려 드는 나와는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그래서 읽는 내내 그녀의 무운을 빌 수밖에는 없었다. 그러고보니 이번 달에 다 읽은 두 권의 책 모두, 인물이 도드라지는 서사가 특징적인 소설이었다.

 

산 책

  1. 오경아, <정원생활자>
  2. 대니얼 길버트,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3. 박연준, <베누스 푸디카>
  4. 황정은, <백의 그림자>
  5. 최진영,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1: 8/2, 북바이북 상암, 2-5: 9/20, 인터파크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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