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셋째, 넷째 주에 읽은 책

매일 한 줄이라도 써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기 쓰기는 그래도 꾸역꾸역 2주째 이어져오고 있다. 일기에 그날 읽은 책에 대한 내용이 조금씩 들어가다 보니, 주별로 무얼 읽었는지는 오히려 기억이 희미해진다. 겹치는 내용일 수 있으나 그래도 다시 정리하는 기분으로 몇 줄 적는다. 정말 몇 달만에 무려 2주 동안 책을 사지 않았다. 올해 들어서는 최장기록이 아닐까. 인터넷 서점은 몇 번이나 들락날락했지만 오프라인 서점에는 가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 대신 가구점을 뺀질나게 드나들었다.) 갖고 있던 책들을 끄집어 올려 읽었고, 결론적으로는 무척 좋았다는 이야기.

 

다 읽은 책

  1. 임솔아,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 시집은 제목이 절반이다. 아니 절반 이상이다. 제목으로 잡아끌지 않으면 수백권의 형제자매들 사이에서 도드라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확신하건대 임솔아의 시집은 제목을 잘 지어서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괴괴하다’는 말에 눈뜨게 해주었다. 앞으로 누군가가 이 형용사를 쓴다면 나는 틀림없이 임솔아를 떠올릴 것이다. 그녀가 나에게 그 말을 주었으므로. 과연 그 제목대로, 그녀의 시어들은 괴괴하고 착하다. 혹은 괴괴하지만 착하다. 아니, 괴괴함에도 불구하고 착하다. 평범하디 평범한 사건들을 바라보는 천진한 시선은 읽는 이의 영혼을 그대로 꿰뚫어본다. 면전에 거울을 들이대고 속에 꽁꽁 감추어둔 나쁜 것들을 마주하게 만든다. 이렇게 억지로라도 마주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마냥 착한 사람이라 생각하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찌를 수도 있으니까. 이 대면은 시가 가진 제법 중요한 효용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임솔아의 시집은 그 역할을 무던히 해냈다.
  2. 심보선, <오늘은 잘 모르겠어>
    • 심보선의 세 번째 시집을 다 읽은 것은 아마도 지지난 주 일요일. 사고 나서 삼일 만에 다 읽어버린 셈인데, 아껴 읽은 건지 급히 읽은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로써 그의 시집 세 권을 다 읽었으나 그 세 권을 관통하는 주제나 시작법에 대해서는 운운할 수 있는 수준은 못되고, 다만 이 세 번째 시집을 다 읽고 난 뒤에 – 읽으면서도 – 한 생각은 ‘세 번째 시집이라서 할 수 있는 실험들로 가득하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시집에서 했더라면 무리수로 비칠 수도 있었을 만한 새로운 시도들이 돋보인다. 미묘한 두 영역의 경계선 위에서 두 눈을 가리고 아슬아슬 외줄타기를 하며 나머지 감각들로 각자의 국경을 가늠해보려는 시도들. 내가 가장 애틋하게 여기는 시인에 대해 객관적일 수 있을리가 없다. 이런 저런 이유들은 다 차치하고, 심보선이여서 좋았다. 의심의 여지 없이 앞으로도 나는 계속 그의 시를 읽을 것이다. 몇 번이고.
  3. 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
    • 이 책에 대해서는 여덟 번째 일기에서 제법 자세히 적었다.
  4. 최진영, <해가 지는 곳으로>
    •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7/30) 다 읽었다. 책을 읽는 내내 울컥 하고 뜨거운 것이 밀고 올라왔다. 끝에 다다라서는 기어코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다. 책을 덮고 나서는 계속해서 “엄청난 걸 읽어버렸다”는 생각만 들었다. 뒷표지에 있는 ‘사랑’ 이라는 말이 너무 진부해서, 도대체 이 단어를 어떻게 풀어낼 셈이냐 하는 다소 삐딱한 마음으로 집어든 책이었는데, 너무 많이 쓰여서 닳고 닳아버린 낱말을 천진하고 올곧은 시선으로 찬찬히 해석해내는 서사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성의 밑바닥이 가감없이 드러나는 멸망의 순간에도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유일하게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또 하려면, 이정도의 진중함으로 접근해야 옳다. 최진영은 그 작업을 훌륭하게 해냈고, 그 덕분에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은 그런 강렬한 독서를 경험했다. 위대한 이야기는 한 사람의 삶을 뒤흔들어놓을 힘을 가진다.

 

읽고 있는 책

  1. 보도 섀퍼, <돈>
  2. 서정학, <동네에서 제일 싼 프랑스>
  3.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외, <일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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