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넷째, 다섯째 주에 읽은 책

오랜만에 글을 쓴다. 제법 밀도 있는 일상을 보냈다. 틈틈이 책을 읽었지만 오로지 독서에만 몰두한 기억은 드물다. 책은 거의 못 읽었지만 즐거운 기억은 많이 만들었다. 어느덧 3년째, 이제는 친구와 나의 연례행사가 된 서울 재즈페스티벌도 있었고, 새삼스럽지만 프로포즈도 받았다. 일은 지지부진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틈틈이 보람을 느끼는 순간들이 좌절감을 상쇄해준다.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 아니, 좋다. 서른의 봄은 무탈하게 흘러갔고, 이제는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다 읽은 책

  • 커트 보니것, 정영목 옮김, <제 5 도살장>
    • 잠깐 지인의 결혼식에 들렀다 페스티벌을 보러 가는 길에 친구가 조금 늦을 지도 모르는데 기다리는 동안 읽을 책을 한 권도 갖고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지하철에서 버스를 갈아타는 길목에 있는 잠실 교보문고에 들러 급하게 샀다. 급작스럽게 샀다고는 하지만, 전부터 늘 언젠가는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이 적당한 시간에 적당한 장소에 나타나 집어들게 된 것이라, ‘준비된 우연’ 정도로 이야기를 해도 좋겠다.
    • 호기심은 있었으나 그동안 내내 미뤄둔 이유는 이 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반전(反戰) 소설”이라는 꼬리표가 어쩐지 마음에 걸려서였다. 반전 문학의 필요성, 그리고 그것의 위대함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나 어쩔 수 없이 연상되는 참혹함, 그것에 내포하고 있는 도덕적인 무게에 짓눌려 손에 들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보니것이라는 작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또 다른 수식어인 “블랙 유머”또한 사실이었다. 불쾌하지 않을 정도의 자기 비하와 심각한 상황에서 불쑥 치고 들어오는 우스꽝스러운 논평은 피식 웃음을 자아냈다.
    • 그러나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조금도 예상치 못했던 SF와의 결합이었다. 주인공인 빌리 필그램의 시간여행은 영화 <컨택트(도착)>를 연상시켰다. 트라팔마도어 인들이 시간을 이해하는 방식은 <도착>의 헥사포드들과 무척 유사했다. 테드 창도 <제 5 도살장>을 읽은 것은 아닐까? 두 소설 모두에서 ‘시간’은 무척 중요한 키워드인데, 이것이 전쟁과 얽혀있는 것 또한 흥미로운 비교점이다. <제 5 도살장>에 드러난 이러한 시간관은 결국 이 소설의 핵심 메시지인 반전과도 우아하게 이어진다.
  • 기타다 히로미쓰, 문희언 옮김, <앞으로의 책방>
    • 5월 들어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는 출판 카테고리의 책을 또 한 권 읽었다. 일본 출판계와 관련된 책들이 대부분이다. 아닌 것을 찾기가 훨씬 어려울 정도. 서로 비슷비슷하면서도 각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미묘하게 다르기 때문에 장단점도 제각각이다. 이 책은 정의하다/공상하다/기획하다/독립하다 라는 4개의 동사들로 장을 구성했는데, 그 중에서도 2장의 공상하다에 담긴 내용들이 무척 흥미로웠다. 그 중 하나는 내가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아직 출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할 단계는 결코 아닌 것 같고, 책을 사랑하는 독자의 하나로서 애정을 갖고 알아가는 단계라고나 할까. 아무튼 이런 류의 책들을 앞으로 더 다양하게 읽어나가고 싶다. 그러다 보면 무언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보이지 않을까.

 

읽고 있는 책

  1. 조너선 하이트, <바른 마음>
  2. <제 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산 책

  1. 커트 보니것, <제 5 도살장>
  2. 박영숙, <메이커의 시대>
  3. 존 우드, <히말라야 도서관>
  4. 다니구치 지로, 유메마쿠라 바쿠, <신들의 봉우리> 1-5권
  5. 신이치 이시즈카, <블루 자이언트> 1-4권
  • 1: 잠실 교보문고, 2~5: 인터파크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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