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둘째, 셋째 주에 읽은 책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어쩌면 아직도 적응하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시간이 보름께나 흘렀다. 새 책은 거의 사지 않고, 연휴 동안 사 놓은 책을 야금야금 읽으며 보냈다. 겁이 나서 한켠에 제쳐놓고 모른척 한 일을 이제는 다시 마주해야 하는데, 자꾸만 외면하고 싶다. 할 수 있을까, 내가. 적당히 좋은 것으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는데. 그저 즐겁게 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세계를 앞에 두고, 문을 열까말까 망설이고 있다. 문 뒤의 세계가 과연 내가 바라는 세계일까 끊임없이 자문하다 결국 문앞에서 돌아서기를 여러 번. 이제는 좋든싫든 열어야만 하는 때가 다가오는데. 눈을 딱 감고, 힘차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더라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고 맘을 먹어 본다. 그것이 무엇이든.

 

다 읽은 책

  1. 칼 필레머, 김수미 옮김, <이 모든 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의 속편으로, 700명의 노인들이 결혼과 사랑의 지혜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이런 제목의 책을 보면 일단 피하는 편이라 내내 외면해왔는데, 친구에게 선물을 받아 두 권을 제법 시간차를 두고 읽었다. 두 책에 실린 내용 모두 진부하리만큼 뻔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뻔한 이야기들이 마음을 울리는 것은, 오랜 시간을 살아 오면서 그 뻔함을 몸소 경험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이라는 일생일대의 사건을 앞두고 나름대로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은 것도 그 준비의 일환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혹은 ‘우리는’ 예외일거란 오만함을 내려놓으려 애쓰는 중이다.
  2. 살만 루슈디, 김진준 옮김, <한밤의 아이들> 1권
    • 두 권 중 절반을 읽었을 뿐인데 다 읽은 책으로 넣어도 될지 잠깐 고민했으나, 그래도 여기에 적는다. 루슈디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이 책은 내가 그동안 읽은 여러 책을 연상시키지만 그 어떤 책과도 다르다. (적어놓고 보니 이 말은 모든 책에 적용될 수 있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술주정뱅이의 비틀거리는 걸음걸이처럼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서사는 불안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인도 현대사의 질곡과 더불어 살아온 자의식 과잉의 주인공이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는 1권이 끝날 무렵에야 본격적으로 시작할 기미를 보이는데,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단숨에 읽어버리고 싶지는 않다. 조금씩 아껴가며 읽고 싶은 마음이랄까. 1권을 마치고 나니 뒷표지에 실린 소설가 김연수의 추천사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3. 이문재, <지금 여기가 맨 앞>
    • 내가 읽는 시의 팔 할은 신형철의 추천 때문이다. 이문재 역시 <느낌의 공동체>를 읽다가 알게 되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깊이감이 남다르다. 쉽게 읽히지만 담긴 내용은 결코 얄팍하지 않다. 출근 길에 읽으면 깊숙하게 박혀 그날 잠자리에 들 때까지 떨어질 줄 모르는 문장들이 있었다.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가슴이 먼저 반응하는 시어들이 있었다.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행복한 독서였다.
    • 나는 아직 여기에 다 있지 못하고 / 내일은 아직 내일. – <산촌> 중에서

 

읽고 있는 책

  1. 한수희,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2.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산 책

  1. 임솔아,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 1, 강남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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