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둘째, 셋째 주에 읽은 책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어쩌면 아직도 적응하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시간이 보름께나 흘렀다. 새 책은 거의 사지 않고, 연휴 동안 사 놓은 책을 야금야금 읽으며 보냈다. 겁이 나서 한켠에 제쳐놓고 모른척 한 일을 이제는 다시 마주해야 하는데, 자꾸만 외면하고 싶다. 할 수 있을까, 내가. 적당히 좋은 것으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는데. 그저 즐겁게 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세계를 앞에 두고, 문을 열까말까 망설이고 있다. 문 뒤의 세계가 과연 내가 바라는 세계일까 끊임없이 자문하다 결국 문앞에서 돌아서기를 여러 번. 이제는 좋든싫든 열어야만 하는 때가 다가오는데. 눈을 딱 감고, 힘차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더라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고 맘을 먹어 본다. 그것이 무엇이든.

 

다 읽은 책

  1. 칼 필레머, 김수미 옮김, <이 모든 걸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의 속편으로, 700명의 노인들이 결혼과 사랑의 지혜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이런 제목의 책을 보면 일단 피하는 편이라 내내 외면해왔는데, 친구에게 선물을 받아 두 권을 제법 시간차를 두고 읽었다. 두 책에 실린 내용 모두 진부하리만큼 뻔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뻔한 이야기들이 마음을 울리는 것은, 오랜 시간을 살아 오면서 그 뻔함을 몸소 경험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이라는 일생일대의 사건을 앞두고 나름대로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책을 읽은 것도 그 준비의 일환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혹은 ‘우리는’ 예외일거란 오만함을 내려놓으려 애쓰는 중이다.
  2. 살만 루슈디, 김진준 옮김, <한밤의 아이들> 1권
    • 두 권 중 절반을 읽었을 뿐인데 다 읽은 책으로 넣어도 될지 잠깐 고민했으나, 그래도 여기에 적는다. 루슈디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이 책은 내가 그동안 읽은 여러 책을 연상시키지만 그 어떤 책과도 다르다. (적어놓고 보니 이 말은 모든 책에 적용될 수 있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술주정뱅이의 비틀거리는 걸음걸이처럼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서사는 불안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인도 현대사의 질곡과 더불어 살아온 자의식 과잉의 주인공이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는 1권이 끝날 무렵에야 본격적으로 시작할 기미를 보이는데,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지만 그렇다고 단숨에 읽어버리고 싶지는 않다. 조금씩 아껴가며 읽고 싶은 마음이랄까. 1권을 마치고 나니 뒷표지에 실린 소설가 김연수의 추천사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3. 이문재, <지금 여기가 맨 앞>
    • 내가 읽는 시의 팔 할은 신형철의 추천 때문이다. 이문재 역시 <느낌의 공동체>를 읽다가 알게 되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깊이감이 남다르다. 쉽게 읽히지만 담긴 내용은 결코 얄팍하지 않다. 출근 길에 읽으면 깊숙하게 박혀 그날 잠자리에 들 때까지 떨어질 줄 모르는 문장들이 있었다. 머리로 이해하기 전에 가슴이 먼저 반응하는 시어들이 있었다.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행복한 독서였다.
    • 나는 아직 여기에 다 있지 못하고 / 내일은 아직 내일. – <산촌> 중에서

 

읽고 있는 책

  1. 한수희,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2.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산 책

  1. 임솔아,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 1, 강남 교보문고.

5월 첫째주에 읽고 있는 책

 

이 울적한 기분은 뭘까.

연휴가 끝나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일까. 돌이켜보면 늘 그놈의 ‘기대’가 문제다. 충분히 즐거운 휴일을 즐겼는데,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하고, 이미 지나버린 어제를 후회하고. 언제쯤이면 이 어리석은 반복의 고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래도 계획했던 대로 책은 많이 읽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서점에 가서 책도 잔뜩 샀다. 연휴 때 읽으려고 사둔 책은 아직 다 읽지도 않았는데. 에이, 뭐 어때. 지금 안 사면 또 안 읽을 거야, 하고 눈 딱 감고 사버린 책들. 줄여야 하는데. 줄일 수 있을까.

문득, 여기서 달아나고 싶다는 생각. 여기서 달아난다면 어디로?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저 여기가 아니길 바라는 것일까.

머릿속이 어지러워서 생각을 정리하러 온 카페는 너무 시끄럽고. 하필이면 이어폰도 두고 왔다. 아무 생각 없이 책만 읽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오니 책에만 집중할 수는 없었다. 눈은 책장에 박혀 있으면서도 생각은 과거로, 미래로 뛴다.

 

월요일

월요일에는 실컷 늦잠을 자고 일어나, 오후부터 부지런히 부동산을 돌아다녔다. 아직은 긴가민가. 몇 군데나 돌아다녔다고 배는 왜 이리 고픈지. 고기로 주린 배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오다.

 

화요일

밀린 일들을 몰아서 처리했다. 운전면허증 갱신을 위해 증명사진을 찍고, 잠시 강남역 교보문고에 들러서 또 실컷 책을 구경했다. 원래 사려고 한 책과, 눈에 들어온 책들을 가득 들고 운전면허를 갱신하러 갔다. 세 달 동안 방치되어 있던 뿌리를 염색하고, 산뜻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다.

  1. 메이 사튼, <혼자 산다는 것>
    • 가끔 들어가보는 서윤후 시인의 블로그에서 보고, ‘아, 읽고 싶다’ 생각했는데 마침 있어서 바로 사버렸다. 최승자 시인이 번역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더 마음이 가고. 아직은 들추어만 보았을 뿐.
  2. 소노 아야코, <남들처럼 결혼하지 않습니다>
    • <약간의 거리를 둔다>로 꾸준히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소노 아야코의 결혼에 대한 에세이. 왠지 눈에 들어와서 집어들고 서문을 읽었는데, 마음에 들어서 바로 구입. 면허 발급을 기다리면서 그날로 다 읽었다. 핵심은 제목에 다 나와 있다. ‘남들처럼’ 하는 데 너무 연연하지 않는 것이 성공한(?) 결혼의 비결이라는 것. 결국 사람은 기대가 클 수록 실망할 수밖에 없고, 특히 상대방에 대한 기대가 크면 클수록 그 결혼이 행복하기는 어렵다는 건데, 다 아는 뻔한 이야기지만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목소리는 역시 꽤나 설득력이 있다. 재미있게 읽었다.
  3. 박성우, <아홉 살 마음사전>
    • 지금 하고 있는 일의 특성상, 아이들의 마음을 좀 이해하고 싶어서 산 책. 결국 어른이 쓴 책이라 얼마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을런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다시 출근하기 전에 한 번 읽어봐야지.
  4. 기타다 히로미쓰, <앞으로의 책방>
    • <책의 역습>의 여파가 책 구매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래서 샀다. 일본의 출판계나 출판 시장의 상황이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고, 그렇다보니 참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손이 간다. 그렇다고 일본의 상황이 마냥 이상적인 것만도 아니다. 그들도 끊임없이 위기론을 제창한다. 하지만 목소리를 높인다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인 현상이 아닌가. 좌시하지만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니까. 우리나라에서도 위기론을 돌파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시도들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밥먹듯이 서점을 드나들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 일단 닥치는대로 읽고, 돌아다니다 보면 어슴푸레하게라도 방향이 보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샀다. 아직 들추어만 보았다.

 

수요일

역시 늦잠을 자고, 아트나인에서 <나는 부정한다>를 보았다. 예고편을 보고 꼭 보리라 마음먹었는데 영화는 역시 나쁘지 않았다. 담백하고 우아하다. 시종일관 침착한 영국인들 가운데서 레이첼 와이즈의 ‘미국인다움’이 다소 동떨어진 듯 보였으나 그마저도 영화적 연출의 일부였으니.

만족스럽게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핸드폰에 부재중전화와 함께 문자메시지가 와 있었다. 첫 눈에 마음에 들었던 집이 마침 매물로 나왔다는 반가운 소식. 바로 전화해서 약속을 정하고, 시간이 남는 김에 또 사당역 반디앤루니스에 갔다. 마음산책에서 나온 소설가 이기호의 신작 소설집(-이지만 오늘 다른 서점에 가보니 에세이 코너에 분류되어 있었다)을 ‘볼’ 요량으로. 가서 몇 장 들춰 읽었는데 마음에 들어, 안 되겠다, 하고 집어 들었다. 그 김에 전부터 사려던 시집이 마침 있길래 함께 샀다. 책을 사는 건 참 쉽지.

  1. 이기호,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 시종일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읽었다. 문장 하나하나에 애정이 뚝뚝 묻어 나온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가족이 되어가는 것. 가장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가장 질리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많은 것들이 변해간다지만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고, 그런 항상성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숭고하게 느껴진다. 유쾌하게 읽었지만 묵직하게 남았다. 따뜻하다.
  2. 찰스 부코스키, <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
  3. 이성복,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집을 보고 나서 저녁을 먹고 서교동 북티크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라 커피는 싫고, 괜히 멋을 부린다고 하우스 와인을 시켰다. 와인을 홀짝이며 박연준의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을 읽었다. 처절하다. 시어 하나하나가 비명을 지르는데, 와인이 내 마음에 얇은 막을 두른 것인지 와닿지는 않고. 그녀는 내가 거의 숭배하다시피하는 아름다운 문장을 쓰지만, 그녀의 산문(<소란>,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을 사랑하는 것과 시를 끌어안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 다른 일 같다. 왠지 밤에 읽어야 할 것만 같아 사두고 펼치지는 않은 그녀의 다른 시집도 곧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나서는 와인 기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자기계발서를 한 권 읽었다. 칼 뉴포트의 <딥워크>. 민음사 블로그에서 출간 전에 홍보할 때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다가 나오자마자 샀다. 아이들과 함께 있다 보니 지금의 업무 환경에서는 ‘딥워크’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게 나의 능력 혹은 요령 부족인 것인지, 타개할 방법이 있기는 한 건지 알고 싶어서 읽었으나 여타의 많은 자기계발서가 그렇듯이 아주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꽤나 특수하고, 거의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는 업무들이 중첩되어 있어 이 엉킨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할지 끊임없는 고민의 연속이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그래도 이건 해봐야지 싶은 건 ‘차단 의식’. 업무가 끝난 뒤 큰 그림 안에서 오늘의 업무 성과를 정리하고 내일을 계획하는 의식인데, 이걸 함으로써 일과 후까지 일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 여가를 낭비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역시 그리 새롭다고 하기는 어려운 내용이지만, 이렇게 읽지 않으면 또 새삼 결심할 계기가 생기지 않으니까. 당장 다음주부터 실천해 보자, 하고 마음을 먹었는데 월요일쯤 가면 또 가물가물해질지도 모르겠다. 적으면서 다시 결심을 해본다.

이렇게 하루에 책을 세 권이나 몰아 읽고 나서, 알딸딸하니 즐거운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아, 그리고 사실 북티크에서도 또 책을 한 권 샀다. <책의 역습>으로부터 꼬리를 물고 나온 책/서점/출판 카테고리.

4. 이시바시 다케후미, <서점은 죽지 않는다>

 

목요일

오전 내내 침대를 떠나지 않았다. 강력접착제로 붙여놓은 듯, 무거운 몸은 이불에서 떨어질 줄 모르고. 이러다 하루가 통째로 날라가겠다 싶어 겨우 몸을 일으켜 나왔다. 가까운 주민센터에서 투표를 하고 잠시 고민하다 오늘도 북티크에 가기로 했다.

연휴 동안 다 읽으리라 결심한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1권을 챙겨 나왔다. 다른 책을 들고 나오면 또 딴 길로 샐까봐 마음을 굳게 먹고 한 권만 넣었다. 화요일에 이미 읽기 시작해서 100페이지 정도 읽어두었는데, 그래도 너무 두꺼워서 다 읽는데 한참 걸렸다. 조시마 장로님과 이반, 알료샤들 사이에서 종교와 관련된 논쟁이 길게 이어지는데 솔직히 지루했다. 그토록 많은 이들이 명작이라 칭송하는 이 작품의 진가를 나만 알아보지 못하는 것인가. 고전 명작은 이미 시간이 가치를 입증해준 것이니 무조건 다 읽어야 할까? 아무래도 이 책은 내 ‘취향’은 아닌데. 1권까지는 꾸역꾸역 다 읽었으나 2, 3권도 끝까지 일단 읽어야 할지 조금 고민이다. 그 시간에 다른 책을 읽는 것이 낫지 않을까? 아니, 그래도 일단 시작을 했으니 끝을 보는 것이 나을까?

 

금요일

역시 늦잠을 자고, 점심을 먹고,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2권을 들고 나왔다. 점심을 먹은 뒤여서인지 읽으면서 몇 번을 꾸벅꾸벅 졸았다. 아직 이야기는 크게 진척되지 않았다. 장로님은 돌아가셨고, 이반은 떠났고, 드미트리는 행방이 묘연하다. 아버지 표도르는 아직 살아있다. 아마 다음 장에서는 죽을 것 같지만. 이렇게 적어 놓으니 무미건조하기 이를데 없구나. 1/3쯤 읽은 뒤 일단 책을 덮었다. 가구를 구경하러 이케아 광명점에 가서 규모에 놀라고. 집에 와서는 스케치업과 인터넷 앱으로 이리저리 가구를 배치하며 놀다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토요일

드디어, 오늘이다! 아침부터 집을 보러다녔다. 이미 마음의 결정은 95%쯤 끝난 상태지만, 이미 약속을 해두었으니 그래도 한 번 보자, 하는 마음으로 나왔는데 이게 웬걸. 생각보다 좋았다. 교통은 전에 본 집이 훨씬훨씬훨씬 좋았으나, 오늘 본 집은 거실이 넓었다. 거실이 넓고, 방도 하나 더 많고. 다만 역에서는 조금 멀고, 언덕 위에 있다. 대신에 오래된 단지여서 나무가 많고, 가까이에 공원도 있다. 의외의 복병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점심을 먹고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일단 집에 왔는데 그대로 잠들어버리면 또 밤에 잠이 오지 않아 고생할 것 같아서 짐을 챙겨 나왔다.

책 선물도 받았고, 강남 교보문고에 들러 책을 또 샀다. ‘그만 사야지’하는 결심은 무용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아서, 이제는 부러 결심하지 않는다. 다만 산 책은 열심히 읽고, 예전 책들 중 다시 안 펼쳐볼 것 같은 것들은 냉정하게 정리해서 책장을 비워나가야지.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는 글렀다.

  1. 살만 루슈디, <한밤의 아이들 1, 2> *선물받은 책
  2. 이문재, <지금 여기가 맨 앞>
  3. 데일 루사코프, <Prize: 교육이 미래라고 믿는 당신에게>

저녁을 먹으며 <한밤의 아이들>의 저자서문을 읽었는데, 벌써 홀렸다. 집중해서 읽으려고 자리를 옮겼는데 주변이 시끄러워서(그리고 대화 내용이 너무 흥미로워서) 주의가 흐트러진 김에 기억나는 대로 일단 기록해두려고 노트북을 열었다.

이것이 오늘까지의 독서와 기타 등등에 대한 기록이다.

한권 한권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늘 그랬듯이 다음으로 미뤄둔다. 이렇게 미루다 한 줄이나 쓸런지는 모르겠지만.

우다다다 적어놓고 나니 끝나가는 연휴에 울적했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연휴가 끝나도 일상은 이어지고, 나는 또 서점에 갈거고, 책을 살 거고, 또 읽을 거고, 내키면 그 중 몇 권에 대해서는 몇 줄 적을 것이다. 집을 구하고, 가구를 배치하고, 가전 제품의 가격을 비교하고, 부모님과 할머니를 모시고 어버이날을 축하하고, 연휴 동안 훌쩍 자란 아이들을 만날 것이다. 미뤄둔 일은 미뤄둔 그대로 남아 있겠지만, 내가 할 일이니까. 너무 잘 하려는 마음, 완벽하려는 욕심에 압도되지 않고, 하나 하나 즐겁게 음미하며 살아가고 싶다. 결국 나는 지금이 중요한 인간이니까. 과거를 돌아보고, 미숙했던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자책하기에는 오늘이 더 소중하니까.

여전히 나는 뭐가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 다만 아직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있어서,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읽은 책 

  1. 소노 아야코, 오근영 옮김, <남들처럼 결혼하지 않습니다>
  2. 이기호,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3. 박연준,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4. 칼 뉴포트, <딥워크>
  5.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김연경 옮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1>

 

산 책

  1. 메이 사튼, 최승자 옮김, <혼자 산다는 것>
  2. 소노 아야코, 오근영 옮김, <남들처럼 결혼하지 않습니다>
  3. 박성우, <아홉 살 마음사전>
  4. 기타다 히로미쓰, 문희언 옮김, <앞으로의 책방>
  5. 이기호,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6. 찰스 부코스키, <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
  7. 이성복,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8. 이시바시 다케후미, 백원근 옮김, <서점은 죽지 않는다>
  9. 이문재, <지금 여기가 맨 앞>
  10. 데일 루사코프, 유성상 옮김, <Prize: 교육이 미래라고 믿는 당신에게>
  11. 살만 루슈디, 김진준 옮김, <한밤의 아이들 1, 2>
  • 1~4, 강남 교보문고(5/2), 5~7, 사당역 반디앤루니스(5/3), 8, 서교동 북티크(5/3), 9~11, 강남 교보문고(5/6)

4월 마지막 주에 읽은 책

어느새 5월이다.  무엇이든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결론을 내려선 안 되겠지만, 올해는 – 적어도 지금까지는 –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나를 둘러싼 환경이나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기 보다, 다사다난했던 작년을 겪으면서 조금은 더 담담하게 현실을 마주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물론 이래놓고 당장 내일, 아니 오늘 오후에라도 평정심을 잃을 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지금 누리고 있는 이 평화로운 일상이 소중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긴 연휴를 준비하며 또 책을 잔뜩 샀다. 딱히 어디 여행을 가기로 한 것도 아니니, 집에서든 카페에서든 책을 잔뜩 읽고, 때때로 영화관에 가고, 손이 심심할 땐 뜨개질을 하면서 휴가를 보낼 계획을 세워두었기 때문에. 긴 휴일이 눈앞에 있으니 절로 마음도 너그러워져서 즐겁게 일했다. 틈틈이 책도 많이 읽었다. 지난 주에 읽은 우치누마 신타로의 ‘책의 역습’을 읽고 마음이 한껏 부풀어 올라, 그가 추천한 책들을 잔뜩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그 중 몇 권을 먼저 주문했다. 집에 이미 있던 책 중에서도 연결되는 책을 한 권 골라 읽었다.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흔들림없이 좋아했던 한 가지가 바로 책이라면, 역시 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는 요즘.

 

다 읽은 책 

  1. 니시야마 마사코, 김연한 옮김, <일본 1인 출판사가 일하는 방식>
  2. 이규리,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 근래 읽은 시집 중 가장 좋았던 이규리의 시집. 이름도, 시도, 어여쁘다. 어렵지 않게 녹아든다. 애잔하지만 사랑스럽다. 마음이 울적할 땐 언제고 다시 펼쳐들고 싶은, 그런 시집. 발견하게 되어 다행이다. 
  3. 로런 그로프, 정연희 옮김, <운명과 분노>
    • 하도 광고를 하길래, 그리고 요즘에는 ‘결혼’ 이라는 말에 예민해서, 중요한 약속을 앞두고 일찍 도착해서 근처의 서점을 돌아다니다 덥썩 집어들었다. 긴박한 서사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문장이 그리 매혹적인 것도 아닌데, 묘하게 놓을 수가 없어 꼬박 이틀만에 다 읽어냈다. 여전히 나는 이 책이 그리 뛰어난 문학 작품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고 싶지만,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이 있는 책인 것만큼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어쨌든 꼬박 일고여덟 시간을 꽁꽁 붙잡아 두었으니. 이 책의 매력이 뭘지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흐름(flow)’이었다. 이야기의 힘으로 밀어붙이거나, 문장의 유려함으로 홀리는 것은 아니지만, 들숨과 날숨처럼 자연스레 흘러가는 어떤 흐름이 있어, 그 리듬에 얽혀버린 것은 아닐까, 하고.

 

반쯤 읽은 책

  1. 장 폴 사르트르, 정명환 옮김, <말>
  2. 윌리엄 맥어스킬, 전미영 옮김, <냉정한 이타주의자>

 

산 책

  1. <마음산책 X>
  2. <북스피어 X>
  3. <은행나무 X>
  4. 김연수, <소설가의 일>
  5. 정홍수, <소설의 고독>
  6. 박연준,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7. 한수희,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8. 후지요시 마사하루, <이토록 멋진 마을>
  9.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10. 제럴드 그로스, <편집의 정석>
  11. 로런 그로프, <운명과 분노>

* 1~3, 4~10 모두 인터파크 도서. 11은 영풍문고 여의도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