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셋째 주에 읽은 책

지난 주에는 오랜만에 책을 좀 읽었다. 그만큼 사기도 많이 샀다. 지난 주에 읽은 책 중 세 권 중 두 권을 하루에 몰아 읽었다. 마음이 배부른 주말이었다. 책 한 권을 읽으면 그 다음에 읽고 싶은 책들이 두세권은 생긴다. 책을 많이 읽었더니 그만큼 읽고 싶은 책들이 더 많이 늘었다. 이걸 언제 다 읽나, 싶다가도 역시 그런 푸념을 할 수 있는 순간이 소중하다.  이야기할 거리가 넘치도록 많은 책들이지만, 우선 무얼 읽었는지 만이라도 적어만 둔다.

 

다 읽은 책 

  1.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옥용 옮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2. 김상혁,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3. 우치누마 신타로, 문희언 옮김, <책의 역습>

 

나눠 읽은 책

  1. 스콧 배리 카우프만 외, <창의성을 타고나다>
  2. 신형철, <느낌의 공동체>

 

산 책

  1.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김연경 옮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총 3권)
  2. <릿터 Littor> vol 4. & 5.
  3. 김상혁,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4. 황인숙, <리스본行 야간열차>
  5. 혜민과 현우,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행진>
  6. 우치누마 신타로, 문희언 역, <책의 역습>

*1-2, 2017 민음북클럽 가입 선물, 3-6, 서교동 북티크

내 인생의 키워드 세 가지 (ver. 2017/4)

예상치 못한 곳에서 훅 치고 들어온 것이 깊게 폐부를 찌르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미처 준비되지 않은 채로 날 것의 자신과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은 반드시 자신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수반하기 마련이라, 지나고 나면 그 순간에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주에도 꼭 그런 일이 있었기에 기억해 두고자 몇 자 적는다.

‘내 인생의 키워드’라는 개념은 일로 만나게 된 어떤 분에게 ‘받은’ 것이다. 이전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 받았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자기가 무얼 하고 싶은지 정확하게 몰라도, 분명한 인생의 키워드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은 결국 그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되어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를 알게 되고 나서 비슷한 질문을 석 달 사이에 두 번 정도 들었고, 그때마다 적당히 대답했더랬다. ‘적당히’ 라는 것은 그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돌이켜 보았을 때 딱히 대답이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그랬나보다, 하는 뒤늦은 감상에 가깝다.

운영하고 있는 공간에서 작은 행사를 준비하면서, 참여자들과 대화의 물꼬를 틀 질문을 고민하던 중에 그녀가 이번에도 ‘내 인생의 키워드 세 가지’를 던지자고 제안했다. 우리끼리야 많이 나눈 이야기여도 오신 분들은 그런 질문을 받아본 일이 웬만해선 없을 테니 흥미로울 것 같다며. 딱히 더 나은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수긍하고, 작은 종이에 표제와 빈칸 세 개를 주루룩 적어 서른 장 정도를 인쇄해 책상 위에 두었다.

그러고서는 내 몫의 숙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잊고 있었는데, 오후에 놀러 온 6학년 친구 하나가 그 종이를 보더니 그래서 나의 키워드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런데 왜인지 이전처럼 적당히 얼버무리기가 되지 않았다. 결국 나는 그 자리에서는 답을 못 쓰고 “한 번 생각해보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종이에 친히 오늘 날짜와 내 이름을 써주며 숙제를 내주었다. 내일까지 꼭 해오라고. 늘 숙제를 받기만 하는 입장에서 내주는 입장이 되어 조금은 신나하는 것 같기도 했다.

당장에는 답을 못 쓰고, 퇴근 길에도 가지런히 책상 위에 올려두고 갔다. 그러나 그날 퇴근길에도, 다음날 출근길에도, 다른 일을 하면서도 머릿속 한 구석으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다. 그래서 출근하자마자 아래와 같이 적었다.

 

내 인생의 키워드 세 가지

지금

나의 유산(legacy)

  적어놓고 보니 썩 마음에 들었다. 나라는 인간의 지금을 나타내기에 모자람 없는 단어들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 키워드들이 언제고 변할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서 제목에도 조건을 달았다) 당분간은 이 단어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웬만해서는 변하지 않으리라는 근거 없는 확신도 있다. 각각의 키워드에 대한 단상은 따로 적겠다.

4월 둘째주에 읽은 책

4월 들어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쓰려고 했는데, 첫째주에는 거의 제대로 읽은 책이 없어 쓸 거리가 없었다. 지난 주에도 역시 많이 읽지는 못 했지만, 그래도 틈틈이 여러 권을 나누어 읽었다. 출근할 때 조금, 퇴근해서 조금, 아침에 일어나서 조금, 밤에 자기 전에 조금.

인생의 큰 변화를 눈앞에 둔 시기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내 감정에 충실한 선택을 하며 살아온 서른 해. 거기에 대해서는 어떤 후회도 미련도 없다. 다만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로 결심한 이상 내 결정은 더이상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니기에, 흐릿한 윤곽선이어도 좋으니 뭐라도 그려서 보여주어야만 할 것 같은 압박에 시달린다. 어떤 구절을 읽어도 생각은 저절로 그리로 기운다. 나는 서툴기만 하고, 때로는 그래서 즐겁다.

 

다 읽은 책

  1. 오은,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 <유에서 유>를 읽고 난 뒤, 오은의 말놀이에 푹 빠져서 그의 나머지 시집 두 권도 일찌감치 사두었다. 집요할 정도로 단어를 파고드는 면은 변함이 없다. 절반즈음 읽었으나 아직 최신작과의 큰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내가 무디기 때문일까. 굳이 하나를 짚어내야 한다면 소재들이 조금은 더 젊은 느낌인 것 같기도 하다. (‘면접’이나 ‘이력서’ 같은, 취준생의 설움을 대변한 듯한 시들에서 그런 인상을 받았다.)
    • 간단한 감상을 적기 위해 다시 시집을 뒤적이는데, 좋아서 접어 놓은 귀퉁이를 골라 펼쳐보니 어디가 좋았던 건지 콕 찝어내기가 어렵다. 일주일 사이 생각이 또 변했나보다.

 

나눠 읽은 책 

  1.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옥용 옮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2. 빌 버넷 & 데이브 에번스, 김정혜 옮김, <디자인 유어 라이프>

 

선물받은 책

  1. 백영옥, <빨간머리 앤이 하는 말>
    • 빨간머리 앤이었다면 틀림 없이 ‘서로를 부르는 영혼’이라 칭했을 만한 친구가 선물해준 책. <빨간머리 앤>은 나의 청소년기를 함께하며 나의 감수성의 토대가 되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앤을 읽은 사람은 누구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만큼 너무나 사랑하는 책인데, 그래서 오히려 제목부터 빨간머리 앤이 들어가는 이 책을 사고 싶지 않아서 서점에서 몇 번을 보고도 집어들 생각도 하지 않았더랬다. 그러다 친구에게 깜짝 선물을 받아서 후루룩 앞 부분만 읽었는데, 역시 좋다. 걱정했던 것처럼 느끼하지 않았고, 앤의 말과 함께한 자신의 경험담을 담백하게 적고 있어 부담스럽지 않았다. 아껴가며 읽어야겠다.
  2. 피터 드러커, 이재규 옮김, <프로페셔널의 조건>
    • 이 책은 사실 지난 주에 선물받았는데, 한 권만 따로 떼내어 포스팅하기가 민망해서 여기에 같이 적는다. 이 책을 선물해준 친구의 추천으로 작년부터 경영 서적을 여러 권 읽었는데, 나와는 전혀 맞지 않을 거라는 편견과는 달리 상당히 인상 깊었더랬다. 그래서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도 좀 읽어보고 싶어졌는데, 종류가 너무 많아 무얼 사면 좋을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친구에게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집에 같은 책이 두 권이 있다며 선뜻 한 권을 선물해주었다. 아직 제대로 읽지는 못했지만, 고마운 마음을 기억하고 싶어 적어 둔다.

 

산 책

읽지는 못해도 책은 산다. 지난 주 수요일 퇴근 길에 그냥 집에 가기 아쉬워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다. 사고 싶던 책들을 몇 권 정해놓고 갔는데, 세 권은 그중에서 골랐고 나머지 두 권은 그 자리에서 골랐다. 책을 한아름 들고 소설 코너를 구경하다 전도를 당할 뻔했다. 종교가 싫은 것은 아니고, 오히려 교리 자체에는 공감하는 부분도 많지만 이런 식의 전도 행위에는 도무지 찬성할 수가 없다. 소중한 혼자만의 시간을 침범당한 기분에 잠시 불쾌했으나, 책을 구경하며 금새 잊었다.

그렇게 그날 산 책은

  1. 김혜리,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 내가 가장 닮고 싶은 문장을 쓰는 평론가 신형철의 추천사를 보고 두 번 고민할 것도 없이 집어들었다.
  2. 칼 뉴포트, 김태훈 옮김, <딥 워크>
  3. <2017 젊은작가상 수상 작품집>
  4. 줌파 라히리, 이승수 옮김, <책이 입은 옷>
  5. 윌리엄 맥어스킬, 전미영 옮김, <냉정한 이타주의자>

3월 마지막 주에 들인 책

삼월의 마지막 주는 유난히 야근이 많았고, 그러다보니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 출퇴근 시간에는 책 대신 최근에 배운 코바늘을 들었다. 주중에 못한 독서를 몰아서 하던 주말에는 몸살 기운에 앓아 누웠다. 틈틈이 책을 손에 들긴 했지만 몇 장 들춰본 수준이라 적을 것이 별로 없다. 그러던 와중에도 새 책 네 권이 새로 책꽂이에 꽂혔다. 세 권은 구입한 것, 한 권은 선물받은 것. 이쯤 되면 책을 읽는 것보다 사는 것을 좋아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새 책 구경을 끊을 수는 없겠지만 사월에는 있는 책들을 하나하나 읽어가려 한다.

 

선물받은 책

  1. 스콧 배리 카우프만 & 캐롤린 그레고어, 정미현 역, <창의성을 타고나다>
    • 올해 들어 읽은 책 중 손꼽히게 흥미로웠던 <인벤톨로지>에 대해 여기에 간단히 남긴 리뷰를 보시고, 클레마지크 출판사의 편집자 님께서 첫 책을 재미있게 읽어줘서 고맙다며 선물로 보내주셨다. 여기서 펴낸 두 권의 책 모두,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깊이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 소중하게 읽고 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 읽고 나서.

 

산 책

  1. 빌 버넷 & 데이브 에번스, 김정혜 역, <디자인 유어 라이프>
  2. 조너선 하이트, 왕수민 역, <바른 마음>
  3.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옥용 역,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수 클리볼드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읽다가, 사무치게 와닿는 구절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이 책에서 나온 인용구였다.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읽어봐야지 싶어 구매했는데 아직 펼쳐보지도 못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