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넷째주에 읽은 책

지난 주에는 책을 많이 읽었다. 하지만 글은 거의 쓰지 않았다. 일이 점점 고되게 느껴진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데서 얻었던 기쁨은 그만큼의 고단함으로 되돌아 온다. 보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농도가 옅어진 것은 사실이다. 슬럼프야 언제든 올 수 있는 것이고, 이 정도는 지금까지 겪었던 슬럼프들 중에서는 아주 경미한 수준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스멀스멀 고개를 쳐드는 회의감을 외면할 수는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느라 늘 머릿속이 복잡하다. 도피하듯 책을 읽었다. 일이 힘들 수록 읽고 싶은 책이 많아졌다. 책장들 속으로, 문장들 사이로 그대로 도망치고 싶었다. 어떤 날은 책 속에 숨어 영영 나오고 싶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저버리기에는 책 밖에도 사랑하는 것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두 세계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며 생활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차표를 끊지 않고도 도망갈 곳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다 읽은 책

  1. 이원석, <서평 쓰는 법 – 독서의 완성>
    • 송인서적 부도로 인해 작은 출판사들이 입은 피해를 나누자는 취지의 네이버 펀딩에 참여하고 받은 유유 출판사 책 꾸러미에 들어 있던 네 권 중 한 권. 이런 계기가 아니라면 만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게 뺀질나게 서점을 드나드는 데 구경 한 번 못해봤으니. 여하튼 요즘 내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고민 – 단지 읽는 데에서 그칠 것인가? – 과 관련해서 참고할 지점이 많을 것 같아, 오자마자 제일 먼저 꺼내 읽었다. 얇고 가벼워서 출퇴근 길에 단숨에 다 읽을 수 있었다.
    • ‘서평’에 대한 책이기에, 결국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어떤 서평을 쓸지도 달라지기 때문에. 한 권이라도 더 많이 읽고 싶은 욕심과,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고 싶은 욕심 사이에서 언제나 갈팡질팡하는 나는 늘 어느 쪽도 충분치 못한 것 같아 괴로워한다. 이 책의 저자는 단연코 좋은 서평을 쓰기 위해서는 깊이 읽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책을 나의 독서력 안에 위치시킬 수 있을 만한 넓은 읽기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한 마디로 넓게도 읽고 깊게도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빤하지만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다. 사실 이 책 한 권을 읽었다고 갑자기 서평을 잘 쓰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서평은 독후감과 어떻게 다른지, 서평을 왜 쓰는지, 더 나아가 왜 읽는지에 대한 저자의 묵직한 고찰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마음이 혹하는 서평집들에 대한 소개는 덤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서평을 쓰고 싶은 마음보다 앞서 한시 빨리 피에르 바야르의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법>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김개미, <자면서도 다 듣는 애인아>
    • 오은의 <유에서 유>에 이어 올해 완독한 두 번째 시집인 것 같다. 열 몇 권을 샀는데 겨우 두 권째라니. 시집은 펼쳐 들어도 단숨에 읽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모르는 동네를 산책할 때처럼 여기 저기 둘러보고, 가끔은 한참을 한 자리에 멈춰 서서 가만히 들여다보기도 하고, 잰 걸음으로 지나쳐 갔다가 문득 두고 온 것이 떠올라 다시 되돌아 가기도 하고, 그렇게 천천히 나아간다. 김개미의 시집 역시 그렇게 읽었다. 다만 호흡이 가빠지는 것은 생각과는 달랐던, 음침하고 눅진눅진한 그림자 서린 방 같은 이 시집을 조금은 빨리 빠져나오고 싶어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자꾸만 불길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임승유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임승유의 시어가 불러일으키는 상상이 ‘불순한’ 혹은 ‘불온한’ 것에 가깝다면, 김개미의 시어는 ‘불길함’에 가깝다. 한 권을 다 읽어가도록 희망이라고는 한 자락도 주지 않는데, 그렇다고 해서 마냥 깜깜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기억이 희미해질 때 즈음 다시 펼쳐보고 싶을 것만 같은. 시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 “우리는 누구의 두개골에 고인 백일몽일까” — <봉인된 곳> 중에서.
  3. 수 클리볼드, 홍한별 옮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끊어 읽은 책

  • 사이먼 사이넥, 이영민 옮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산 책

  1.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3/23, 사당역 반디앤루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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