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앤테이크, 2013

역시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기만 하는 사람은 만만하게 보여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도전하여, 더 많이 주는 사람이 더 크게 성공한다는 주장을 여러 사례들을 통해 설득력 있게 제기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유형을 주는 양과 받는 양에 대한 희망의 차이, 다시 말해 선호하는 ‘호혜 원칙’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한다.

  1. 테이커
    • 테이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자신이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이들은 상호관계를 입맛에 맞게 왜곡하고 다른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또한 세상을 ‘먼저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먹히는’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보고, 성공하려면 남들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까닭에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많이 얻으려 한다. (p.20)
  2. 기버
    • 그들은 상호관계에서 무게의 추를 상대방 쪽에 두고 자기가 받은 것보다 더 맣이 주기를 좋아한다. 테이커는 자신에게 중점을 두고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가늠하는 성향이 있는 반면, 기버는 타인에게 중점을 두고 자기가 상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주의 깊게 살핀다. (p.21)
    • 기버는 자신이 들이는 노력이나 비용보다 타인의 이익이 더 클 때 남을 돕는다. 심지어 노력이나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고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은 채 남을 돕는다. (p.21)
  3. 매처
    • 매처는 손해와 이익이 균형을 이루도록 애쓴다. 공평함을 원칙으로 삼는 매처는 남을 도울 때 상부상조 원리를 내세워 자기 이익을 보호한다. 당신이 받은 만큼 되돌려준다는 원리를 믿고 인간관계란 호의를 주고받는 관계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매처다. (p.22)

이 세 유형이 늘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저자는 친밀한 관계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기버처럼 행동하지만 직장에서는 매처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대다수라고 설명한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 책은 출근하기 전 약 한 시간 정도 일찍 나와서 사나흘에 걸쳐 다 읽었는데, 전반부를 읽은 첫날과 둘째날에는 나 자신에 대해 곰곰이 돌아볼 수 있었고 – 나는 매처인가? 기버인가? – 셋째날과 넷째날에는 주는 것에 진정으로 기쁨을 느끼면서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기버의 행동 원칙들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해보았다. 이런 류의 책들이 으레 그렇듯이 저자는 자신의 주장이 정답인 것처럼 강하게 독자를 설득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자들이 그 내용 전부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런 책들의 장점은 같은 상황을 해석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데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어떤 문제 상황에 부딪혔을 때, 이전에는 이것이 과연 나에게 이득이 될지, 손해가 될지를 우선 따졌다면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나에게도 좋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이득이 되는, 윈-윈 전략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해 볼 수도 있다. 선천적으로 기버의 성향을 가졌지만 많은 이들에게 ‘호구’로 대접받는 데 넌덜머리가 난 사람이라면 베풀어야 할 상황과 좀 더 자신을 돌봐야 할 상황을 나누는 기준에 대해 생각해보고 스스로의 행동을 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하나의 관점을 제시할 뿐이지,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만능 열쇠를 쥐어준 것은 아니기에 판단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겠지만 말이다.

작년 말에는 20대를 정리하며 지난 인연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작년 한 해는 유독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많이 입었고, 또 입혔다. 나는 자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타인에게 베풀었고, 행여나 그것이 위선이나 폭력으로 여겨지진 않을지 조심하고 또 조심했더랬다. 바라지 않고 주었다 생각했지만 돌아오지 않는 마음에 괴로워한 일도 있었고, 반대로 내가 원치 않았던 상대의 지나친 배려에 부담을 느낀 적도 있었다. 20대 초반의 나는 모든 것이 다 나의 잘못이라 여겼고, 모든 사람을 다 품어야 한다고, 그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의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것은 전적으로 내가 기꺼이 원해서 한 행동만은 아니었다. 물론 상대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미움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훨씬 컸다. 그러나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너무 무리를 하다 보면 나는 제풀에 지쳐 나가 떨어지곤 했다. 그러면 그 사람까지도 미워졌다. 혼자 부담스러워져 돌아서버린 관계들도 많았다. 그중에는 여전히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얼굴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다.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금방이라도 빵 터져버릴 것만 같다. 그러나 먼저 손을 내밀기에는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만 같았던 그 시절의 허무함과 피로가 밀려와, 이내 눈을 감아버린다. 그 죄책감까지도 내가 지고 가야할, 나의 짐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한다. 다만 그렇게 되기 전에 그저 알아차려주길 바라지만 말고 이대로는 힘들다고 말이라도 해볼걸, 이란 아쉬움은 있다.

잠시 옆길로 샜지만, 이 책, <기브앤테이크>의 6장 ‘이기적인 이타주의자’와 7장 ‘호구 탈피’는 그런 상황 – 제풀에 지쳐 차라리 관계의 단절을 선택하고 마는 – 을 피하는 데 유용한 조언을 담고 있어 지금 당장보다도 앞으로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경제경영서라면 질색팔색하던 나였는데, 요 근래 좋은 책들을 많이 읽으면서 순수하게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다른 책들도 함께 읽겠지만 특히 아침에는 이런 류의 책들을 읽으면 뭔가 격려받는 느낌이 들어 좋다. 오전에는 경제-경영서를 저녁 때는 문학 외 기타 인문교양 서적을 읽는 방식으로 습관을 들이려고 일단 ‘생각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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