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첫째 주에 읽은 책들

지난 일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일을 준비하느라 정신 없이 바쁘던 한 주도 끝나간다. 올해에는 주말에는 되도록 일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새해 첫 주말부터 일에 파묻혀 지낼 예정이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일하러 간다는 생각을 해도 전혀 괴롭지 않고 오히려 즐거운 일들이라 힘들지는 않다. 다만 그런 와중에도 나 자신을 위한 틈을 내는 것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 틈을 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읽는 일. 자세히 기록하지는 못하더라도, 일단은 기억해두기 위해 기록으로 남겨둔다.

다 읽은 책

  1.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외,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 올해의 첫 책. 한 해를 시작할 때 생각해보면 좋을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어서 마음에 새겨가며 읽었다. 보편적이고 다소 추상적인 수준의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의외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 꽤나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런 경영 서적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 있었는데, 지향점에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도달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라는 생각이 들어 올해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읽어볼 생각이다.
    •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2012
  2. 칼 필레머,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당신도 알게 된다면>
    • 친구의 선물로 읽게 된 책. 앞서 적은 책 역시 친구가 작년 생일 선물로 사준 책이다. 그녀가 사준 책들은 고스란히 내 삶의 보물이 되었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이다. 꽤 오랫동안 서점에 가면 베스트 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책이라 존재는 알고 있었으나, 제목만 보고 빤하고 진부한 내용일 거라 생각해서 읽을 생각도 않고 있었다. 분명 이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 자체는 빤하고 진부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메시지를 얻은 방법 – 1,000명에 달하는 70대 이상 노인들과의 인터뷰 – 에서 이미 설득력이 있고, 책에 담긴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에는 모두 강한 힘이 있어 마음을 움직인다.
    • 이 책을 다 읽은 날 (사실은 바로 어제), 오랜만에 사랑하는 친구와 통화를 했다. 반갑게 전화를 걸었건만 목소리에 기운이 없었다. 건강에 이상이 있어 수술을 받게 되었다고 했다. 항상 의젓하고 차분한 친구가, 예의 그 담담한 목소리로 “그런데 나 조금 겁이 나나봐.” 라고 이야기하는데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가장 열심히 사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작은 일도 허투루 넘기는 일이 없고, 매사에 최선을 다했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엄살이 심하고 조금 힘들다 싶으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스스로에게 휴가를 주고 마는 베짱이 타입인 나는 내심 늘 그녀를 존경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때때로, 내가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는 친구가 책임감에 짓눌려 괴로워하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아팠다. 그것이 그녀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도, 한 번 일을 맡으면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사람이라 결국 건강까지도 일에 내어주고 만 것이다. 다 잘 될 거라는, 상투적이기 그지 없는 위로를 건네고 전화를 끊은 뒤 나는 그녀에게 이 책을 선물해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줄 수 없는 위로와 격려를 이 책이 줄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마침 그날 이 책을 읽어서 서투른 위로를 대신 전할 방법을 찾은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 이 책도 잔뜩 밑줄을 그으며 읽었다. 사실은 사랑과 관계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의 후속편도 함께 선물받았는데, 다 읽고 나서 함께 포스팅을 하려고 한다.

읽고 있는 책

  1. 알베르 까뮈, <페스트>
    • 고등학교 때인가 잡지 <독서평설>에서 처음 축약본을 읽고, 대학에 와서 책세상 출판사의 까뮈 전집판본으로 읽었는데 최근에 다시 읽고 싶어져서 민음사 판으로 다시 샀다. 다시 읽고 싶어진 계기는 최근에 자주 생각하는 주제 중 하나가 ‘평범한 인간의 고결함’인데, 이 생각을 하다 갑자기 페스트의 주인공, 의사 리유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참 전에 읽은 책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책을 펼쳤다.
    •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인물이나 배경의 묘사가 인상 깊다. 맨 첫 장을 넘기자마자 배경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벌써 밑줄을 몇 개를 그었는지 모르겠다. 이를테면,
      • 어떤 한 도시를 아는 편리한 방법은 거기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죽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12쪽)
      • 다른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오랑에서도 시간이 없고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어서 사람들은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13쪽)
    • 리유라는 사람의 성품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구절들도 평범하지만 묵직하게 다가온다. 아마도 예전 독서의 기억으로 이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갖고 읽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는 걸지도 모르겠다.
      • 리유는 언성을 높이지 않은 채, 자기로서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으나, 그것은 자신이 몸담아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지쳐 버렸으면서도 동류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있으며, 또 자기 딴에는 불의와의 타협을 거부하기로 결심한 한 인간의 발언이라고 말했다. (23쪽)
    • 평이하게 쓰여졌지만, 마치 최근의 세태를 반영하는 듯 의미심장한 구절도 있다.
      • 쥐들의 사건을 가지고 그렇게 떠들어 대던 신문이 이제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쥐들은 눈에 띄는 거리에 나와 죽었지만 사람들은 방 안에서만 죽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신문은 오직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에만 관심이 있었다. (51쪽)
    • 확실히 다시 읽으니 느낌이 새롭다. 여러 책들을 동시에 읽느라 아직 2부까지밖에 못 읽었는데, 다 읽고 나면 역시 한 번 따로 포스팅을 할 계획이다.
  2. 조던 엘런버그, <틀리지 않는 법>
    • 아마 내가 처음으로 산 교양 수학 책인 것 같다. 서문을 읽고 완전히 반해버렸다. 사실은 이 블로그의 제목인 ‘보이지 않는 것들의 아카이브’ 역시 지금 생각해보니 이 책의 내용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들 뒤에 숨은 진실을 발견하는 ‘수학적인’ 방식을 알려주는 이 책은 우리가 학창시절 내내 ‘도대체 이런 걸 왜 배우는 거야?’라고 생각하던 수학이 실제 우리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 물론 수업 시간에 배우던 내용과는 많이 다르다. (그러나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들과 연관 되어 있는 부분도 많이 있다.)
    • 수학이 왜 사고력을 길러주는 학문인지를,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가 수학하면 떠올리는 복잡한 수식과 연산 기호들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수학적 사고 방식의 실체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이 책의 저자인 조던 엘렌버그는 수학자이지만 소설책을 낸 적도 있는 작가이다. 그래서인지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실제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웃음을 터트렸다. 아마 이 책을 더 어렸을 때 읽었다면, 나는 수학을 훨씬 더 좋아했을 것 같다. 그렇다고 과연 수학성적이 올랐을지는 의문이지만. 지금이라도 읽게 되어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총 18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12월 초부터 야금야금 읽기 시작해서 이제 12장까지 읽었다. 급하게 읽을 책은 아니기 때문에, 자기 전에 마음이 내킬 때마다 한 장씩 읽고 있다. 밑줄을 그어둔 부분도 많고, 이 책과 연관지어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관계에 대해 간단하게 생각을 정리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언제? 물론 다 읽은 뒤에.
  3.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충분하다>
    • 내가 시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해준 책, 김소연 시인의 <시옷의 세계>에서 짧게 인용된 구절을 보고 늘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 부산 여행 때 들른 남포동 영풍문고에서 구입한 책. 들고 다니면서 조금씩 읽고 있다. 시에 대해서 쓰는 것은 아직 어렵다. 일단은 읽고 있다는 사실 정도만 기록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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